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1심에서 뇌물죄 유죄와 함께 징역 5년을 선고받자 미국과 일본 등 각국 외신도 이를 긴급뉴스로 다루며 크게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미 선고 전날부터 재판 결과에 큰 관심을 나타내는 기사로 이번 재판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시엔엔>(CNN)과 <월스트리트 저널>은 재판 결과가 나오자마자 이를 인터넷 페이지 머리기사로 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업체이자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이 이번 선고로 타격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이번 사건이 지난 몇개월간 한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다며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불러온 직권남용 사건이 맥락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도 이번 판결이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거대한 스캔들과 연결돼 있다”며 “선고 결과가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치권력과 재벌의 유착이라는 고질병에 대한 대중적 저항을 부른 사건이며, 한국 사회가 ‘관행’을 청산하는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도 내놨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재계 총수를 가볍게 벌해온 관행을 깼다고 분석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경제 번영을 도왔던 족벌 기업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사건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묘사하면서 “변호인 쪽이 항소할 뜻을 밝혔으나, 결과와 상관없이 이 부회장의 평판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의 평판과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를 짚는 분석도 쏟아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삼성의 세계적 명성과 장기 전략에도 큰 타격”이라며 “이건희 회장한테 사업을 공식적으로 승계하려던 이 부회장의 계획에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계속돼온 삼성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언론도 속보를 띄우며 큰 관심을 보였다.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한국 방송 화면을 동시통역으로 생중계하면서 “뇌물 혐의가 일부라도 인정되면 실형이 예상됐던 만큼, 예상을 많이 벗어난 판결은 아니다”라며 “다만 삼성 쪽도 특검 및 검찰도 항소할 것으로 보여 최종 결과는 2심, 3심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 민중은 1970년대 박정희 시대부터 정부가 삼성 등 대기업을 지원하면서 형성돼온 정경유착의 적폐를 이번 기회에 근절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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