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증오스런 남자’ 마틴 시크렐리(34)가 결국 재판중 구속됐다.
제약회사 최고경영자였던 시크렐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머리카락을 하나에 5천달러를 주고 사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12일 보석이 취소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뉴욕 법원의 기요 마쓰모토 판사는 증권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그가 그가 공중에 대해 위험을 조장했다며 이렇게 결정했다.
시크렐리는 2015년 증권사기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금 500만달러(약 56억원)를 내고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시크렐리가 지난 4일 자서전 홍보 행사에서 힐러리의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오면 5천달러(약 560만원)를 주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시크렐리는 정치적 풍자일 뿐이며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쓰모토 판사는 “돈을 대가로 공격을 유도하는” 표현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시크렐리는 ‘미국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남자’,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잘못된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라는 악평을 들어왔다. 그가 2015년 창업한 제약업체 튜링이 에이즈 환자와 아기들에게 중요한 다라프림이라는 약의 판매권을 취득한 뒤 하룻밤 새 약값을 13달러50센트에서 700달러로 5천%나 인상한 게 악명을 떨친 계기가 됐다. 시크렐리는 ‘뭐가 잘못이냐’는 식으로 맞대응하며 문제를 키웠다. 의회 청문회에서 히죽히죽 웃고, 청문회 뒤 트위터에 “이런 천치들(의원들)이 우리 정부에서 시민들을 대표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글을 올렸다.
시크렐리가 프리랜서 여기자 로렌 듀카의 모습을 자신과 함께 있는 것으로 합성해 트위터에 올린 사진.
부모가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 출신인 그는 뉴욕 브루클린의 서민 가정에서 성장했다. 중·고교를 월반한 뒤 2004년 뉴욕시립대를 졸업했다. 17살부터 헤지펀드에서 일한 그는 2006년 헤지펀드 ‘엘리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창업했다. 1년 뒤 이 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로부터 230만달러짜리 소송을 당하고는 문을 닫았다. 2008년에 다시 ‘엠에스엠비(MSMB)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창업했다. 2011년 제약업체 레트로핀을 창업했으나 2014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축출당했다. 그는 이 회사 돈을 빼돌려 실적이 부진한 자신의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게 문제가 돼 법정에 섰다.
변호인들은 그가 단지 ‘말썽쟁이 천재’라며 선처를 호소해왔다. 하지만 그는 사법체계를 비웃는 언행 등으로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더 미움을 샀다. 지난달 최장 징역 20년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유죄 평결을 받고서는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형량이 “0에 가까울 것”이라고 허세를 부렸다. 올 1월에는 프리랜서 여기자한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함께 가자고 추근거리다가 거부당했는데도 소파에서 이 여기자를 한쪽 팔로 안은 합성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