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은 일본계 영국인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63)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는 우리의 환상적 감각 아래 심연을 드러나게 했다”며 이시구로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110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그의 수상이 발표된 뒤 노벨상위원회는 트위터에 “이시구로와 가장 많이 관련된 주제는 기억과 시간, 자기 망상”이라고 표현했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이시구로는 부모님을 따라 1960년 영국으로 이주,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일본을 배경으로 태평양 전쟁 이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으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으며 평단에 이름을 알렸다.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 <남아 있는 나날> 등이 유수의 상을 휩쓸며 현대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로 떠올랐다.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우리가 고아였을 때>, <나를 보내지 마>, <녹턴> 등을 펴냈고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다. 그가 쓴 8권의 작품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시구로는 한림원의 연락을 받기 전 <비비시>(BBC) 방송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그건 엄청난 영광이다. 내가 위대한 작가들의 발걸음을 따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표창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240명을 제안받았고 이중 195명을 후보에 올렸다. 시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 치러질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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