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CAN) 본부에서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맨 왼쪽) 등 이 단체 활동가들이 샴페인을 들고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의 2017년 노벨 평화상 수상을 자축하고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둘 다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핀 사무총장은 6일 수상 발표 뒤 “핵무기는 불법이다.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핵무기 보유와 개발 역시 불법이다”라고 강조하고,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은 핵무기 폐지를 목표로 하는 세계 100여개국 468개 비정부기구(NGO)들의 연합체이며 한국평화네트워크 등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노벨 평화상에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으로 인한 위기 고조와 함께 이란과의 핵 협상 파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해 핵 감축에 반대하는 핵 강대국들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노벨위원회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핵무기 사용 위험이 큰 세계에 살고 있다. 어떤 국가들은 자신들의 핵무기를 현대화하려 하고 있고, 북한과 같은 더 많은 국가는 핵무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은 핵무기를 규탄하고, 금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모든 관계 당사자가 협력할 것을 서약하는 ‘인도주의 서약’을 이끌었고, 현재 108개국이 이 서약에 동의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핵무기폐기운동이 지난 7월7일 유엔 총회에서 ‘핵무기금지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이 채택되도록 노력한 것을 주요 수상 이유로 꼽은 것이다.
때문에 이번 노벨 평화상 발표 뒤 핵무기금지조약에 반대해온 미국·러시아 등 핵보유국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내놨다. 미국 국무부는 노벨평화상 발표 뒤 성명에서 “불행히도 우리는 전반적인 안보 환경의 악화와 특정 국가(북한과 이란 등)의 핵 역량 강화를 지켜보고 있다”며 “(핵무기금지조약은) 세계를 더 평화롭게 만들지 못할 것이며 그 어느 나라의 안보도 증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핵 균형 외에 국제안보와 안정을 위한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 핵무기의 93%를 보유하고 있다. 또다른 핵보유국 중국 정부는 8일까지 침묵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8일까지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의 핵 우산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은 북한 핵 위협을 이유로 7월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 표결에 불참했다. 당시 표결에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공식 핵보유국과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 등 핵무기 개발 국가들이 불참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김효진 기자,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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