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도브의 3초짜리 광고 영상. 유튜브 화면 갈무리
흑인 여성이 갈색 티셔츠를 벗으면 살구색 티셔츠를 입은 백인 여성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이 여성이 다시 티셔츠를 벗으면?
세계적인 미용·위생용품 업체 ‘도브’가 자사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이 담긴 3초짜리 세정제 영상 광고를 올렸다가 비난에 직면했다. 지난주 공개된 이 광고는 논란이 불거지자 즉시 삭제됐으나 갈무리된 사진이 인터넷에 퍼져나가면서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가디언>은 8일 도브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광고 내용이 여성의 피부색을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목적을 빗나갔다”, “불쾌감을 준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도브는 이후 거듭 성명을 내고 “이 광고는 우리 신념의 핵심이 되는 열정적이고 진정한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도브와 모회사인 유니레버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 타임스>는 고작 3초짜리 짤막한 광고일 뿐이지만 은연 중에 “‘더러운’ 흑인이 씻은 뒤 ‘깨끗한’ 백인이 된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던 수많은 인종차별적 광고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도브는 2011년에도 흑인 여성과 라틴계 여성, 백인 여성이 나란히 서있는 장면의 배경에 ‘이전’과 ‘이후’라고 표기해, 거친 피부를 가진 흑인 여성이 자사 제품을 사용한다면 부드러운 피부의 백인 여성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해 뭇매를 맞았다.
또 도브 영국 본사는 올 초 길고 홀쭉하거나 작고 둥그런 제품 용기를 여럿 세워두고 “아름다움은 모든 모양과 크기에서 온다”는 글귀를 실은 온라인 광고를 냈다가 여성을 몸매로만 평가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1년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도브의 광고.
<뉴욕 타임스>는 많은 회사들이 이런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인종차별적 광고를 잇따라 제작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독일계 화장품 업체 니베아는 “흰 것은 순수하다”고 적힌 데오드란트 광고를 냈다가 백인우월주의자 단체가 열광하자 “누구에게 상처를 주거나 잘못된 해석을 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중국 기업 치아오비도 지난해 5월 세탁 세제를 광고하면서 흑인 남성이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밝은 색 피부의 동양인 남성으로 변신해 나오는 장면을 삽입해 논란이 됐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