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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종족·정파 분열 탓…이라크군 키르쿠크 손쉬운 장악

등록 2017-10-17 17:04수정 2017-10-17 22:10

키르쿠크, 쿠르드·투르크·아랍계로 이뤄진 다종족 도시
쿠르드 자치정부 내 야권도 정파 분열로 이라크군에 길터줘
16일 이라크 정부군이 키르쿠크 중심부를 장악한 가운데, 한 남성이 이라크 국기를 다리 위에 내걸고 있다. 키르쿠크/AFP 연합뉴스
16일 이라크 정부군이 키르쿠크 중심부를 장악한 가운데, 한 남성이 이라크 국기를 다리 위에 내걸고 있다. 키르쿠크/AFP 연합뉴스
이라크 정부군이 16일 군사작전을 시작한 뒤 곧바로 북부 키르쿠크주 주요 지역을 장악했다. 키르쿠크 지역과 쿠르드 자치정부의 분열로 인해, 분리독립을 주도한 집권 정파를 제외한 나머지 종족·정파가 사실상 이라크 정부군한테 길을 터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라크 정부는 16일 오후 <알자지라>에 “키르쿠크의 모든 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부군은 이 과정에서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수반을 따르는 민병대 페슈메르가와 소규모 교전을 했다. 현지 병원은 정부군 7명과 페슈메르가 병사 22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비록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이라크 원유 생산량의 12%를 차지하는 유전지대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라기엔 너무도 조용했다. 특히 양쪽 모두 미군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의 핵심 축으로 미국으로부터 첨단 장비와 군사훈련을 제공받아온 터라, 무혈입성에 가까운 정부군의 키르쿠크 입성에 궁금증이 일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그 원인으로 키르쿠크와 쿠르드 자치정부 내부의 ‘분열’을 지목했다. 키르쿠크는 쿠르드·투르크·아랍 등 여러 종족으로 이뤄진 도시로, 이날 정부군이 입성할 때 투르크·아랍계 주민들이 축포를 쏘아올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더구나 쿠르드 자치정부 내에서도 집권 쿠르드민주당(KDP)과 야권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심각한 정파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쿠르드애국동맹이 이라크 정부군에 길을 터주고 퇴각하는 데 동의했으며, 페슈메르가 군사들 중 일부도 이 방침을 따랐다고 전했다.

바르자니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달 25일 93%가 분리독립에 찬성한 역사적인 분리독립 투표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러나 야권은 바르자니 수반이 경제 위기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려고 투표를 강행했다고 비판해왔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며칠간 “키르쿠크에 대한 군사 공격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특사를 파견해 페슈메르가 내부의 반 바르자니 세력과 은밀한 협상을 시도했다. 이후 키르쿠크 남부 페르파주의 위스타 라우엘 사령관은 “바르자니와 쿠르드민주당이 이라크 정부로부터 원유를 훔치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야권이 연방정부에 유전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중립’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바르자니가 추진한 분리독립 투표가 이라크의 정정 불안을 우려하는 미국 등을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분리독립 투표가 자치정부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키르쿠크의 석유와 관련국들의 지지를 모두 잃게 한 ‘오판’이었다는 지적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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