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미국 장관·영국 여왕까지 조세회피…‘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파문

등록 2017-11-06 17:36수정 2017-11-06 21:09

ICIJ 버뮤다 로펌 ‘애플비’ 자료 1340만건 공개
미국-러시아 유착 관계 논란 거세질 전망
영국 여왕도 146억원 규모 투자해 시끌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누리집 갈무리.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4월 세계 정치권에 칼바람을 불러온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어, 5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등 각국 주요 인사들의 조세 회피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독일 <쥐트도이체 자이퉁>이 영국령 버뮤다에 위치한 로펌 ‘애플비’ 등에서 1950~2016년 작성된 문건 1340만건을 입수해 협회 내 67개국 언론사와 공조 취재한 결과, 각국 정상 등 120여명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거래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파일 규모가 1.4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이 자료에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란 이름을 붙였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백악관이다. 특히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유착 관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케이맨제도 업체를 통해 네비게이터홀딩스의 지분 31%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비게이터홀딩스의 주거래 고객 명단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위인 키릴 샤말로프와 푸틴 대통령의 친구인 겐나디 팀첸코가 운영하는 에너지기업 시부르가 있다. 특히 팀첸코는 미국과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 대상자이기도 하다.

러시아 국영 브네셰코놈은행(VTB)과 에너지 업체 가즈프롬 금융부문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여러 단계를 거쳐 투자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측근인 유대계 러시아인 유리 밀너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밀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 시절 정부 기술자문으로 활약했고, 지금은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알리바바 등 30여개 정보기술(IT) 업체에 7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폭로로 러시아 정치권이 에스엔에스(SNS)를 이용해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한층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엑손모빌 예멘지사장이던 1997년부터 1년간 버뮤다에 기반을 둔 ‘마리브 업스트림 서비스’ 이사로 올라있었는데, 이 회사는 예멘 서부에서 천연가스 사업을 하다 예멘 정부와 소송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2002년부터 4년간 버뮤다에 22개 독립 법인을 만들어 자신을 사장으로 등록해놓고 아시아 투자 펀드를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EPA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EPA 연합뉴스
영국에선 엘리자베스 여왕이 케이맨제도와 버뮤다에 1000만파운드(약 146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왕의 자금을 관리하는 랭커스터공작령에 의해 비공개 펀드에 투자됐는데, 일부가 12년간 영국 유통업체 브라이트하우스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트하우스는 노동 착취 혐의로 기소된 바 있는 ‘악덕 업체’로 꼽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랭커스터공작령 쪽은 “우리의 모든 투자는 완벽하게 회계 감사를 받고 있으며 합법적”이라고 해명했다.

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측근인 스티븐 브론프먼은 케이맨제도에 수백만달러를 옮겨놨던 것이 드러났고, 세계적 록밴드 유투(U2)의 멤버 보노가 몰타를 경유해 리투아니아의 대형 쇼핑몰을 비밀리에 소유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애플비의 고객 목록에는 애플, 나이키, 우버도 포함돼있다. 이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조세회피처를 이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애플비 쪽은 “지난해 정보 유출이 있었던 사실이 파악됐다”면서도 “우리 고객들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