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 시이오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다낭/AP 연합뉴스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이상 무역 역조를 참지 않겠다며 회원국들과의 양자 협상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펙 시이오 서밋’ 연설에서 미국은 고질적 무역 ‘남용’을 “인내하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어떤 국가와도 양자협정을 맺을 준비가 됐다면서도 이는 “상호 존중과 이익”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미 철수를 발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 무역협정에 반대하고, 각국과 양자 차원에서 무역 역조를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발언은 전날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은 대미 무역흑자를 보는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떠올리면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같은 연설대에서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조류”라며 다자 무역 체계를 촉구했다. 그는 양자 협정을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 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협정(FTAAP) 체결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해서 ‘인도-태평양’을 지칭하고 인도의 중요성을 언급해, 확장된 대중국 견제망 구성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도-태평양’ 개념은 일본 쪽이 대중국 포위를 노리고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의 연대를 위해 만든 개념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이 개념을 수용했다. 아펙 정상들이 모인 가운데 일본이 제창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개념을 표방함으로써, 미국이 대중 포위망 확장에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과 아름다운 국민들의 미래는 폭력적인 정복과 핵 공갈에 대한 한 독재자의 뒤틀린 환상의 일질이 돼선 안 된다”며 북한을 재차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게이트 특별검사의 수사가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동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단독 회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크렘린은 회동 여부에 대해 미국이 혼란스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둘은 “어떻게든”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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