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지난 6월21일 워싱턴의 캐피털홀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자금줄을 쫓아 독일 도이체방크에 자료 제출을 명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의 금융 거래 자료를 파헤쳐보면서 러시아 정부와의 유착 관계를 살펴보겠다는 것인데,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위협에 놓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백악관은 이를 부인하면서 “대통령 계좌에 대한 조사는 특검팀의 권한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로이터 통신>은 5일 뮬러 특검이 몇주 전 도이체방크에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거래 기록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제지인 <한델스블라트>도 소식통을 인용해 도이체방크가 제출 명령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도이체방크 지점. 베를린/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도이체방크의 미국 지사 격인 도이체방크 트러스트 컴퍼니 아메리카스에서 빌린 돈은 한때 3억4000만달러(약 3718억원)에 달했고,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최소 1억3000만달러를 여전히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인근의 올드 포스트 오피스 건물을 호텔로 재개장하는 데 5000만달러, 플로리다주 골프장에 5500만달러, 시카고의 트럼프호텔에 2500만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출 만기는 2023~2024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내인 멜라니아와 맏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모두 도이체방크의 우량 고객이다. 도이체방크 대변인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우리는 본건에 대해 법적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공인된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의 칼날은 도이체방크를 넘어 러시아 국영 개발은행인 브네셰코놈방크(VEB)를 향하고 있다. 뮬러 특검팀은 도이체방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쪽과 러시아 사이에 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이체방크가 브네셰코놈방크 쪽에 트럼프의 담보대출 건을 매각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이밖에도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다른 러시아 은행들과 거래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쪽과 브네셰코놈방크와의 연결 고리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쿠슈너 선임고문이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러시아인인 세르게이 고리코프 브네셰코놈방크 은행장을 만난 사실이 지난 5월 드러나면서 러시아 게이트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인 제이 세쿨로는 이날 “도이체방크는 금융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제출 명령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이 대통령의 금융 기록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이 질문을 받고 “완전히 거짓말이다. 언론이 너무 멀리, 너무 빨리 나간 또다른 사례”라며 “우리는 은행과 다른 정보원으로부터 (거짓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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