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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문신으로 새겨진 위안부 피해 상처, 10년과 일본정부에 맞선 법정투쟁

등록 2017-12-19 21:18수정 2017-12-19 22:08

고 송신도 할머니는?

고 송신도 할머니의 옆구리와 넓적다리에 평생 남은 칼자국, 위안소에서 쓰던 이름 가네코(金子)를 팔에 새겨넣은 문신은 할머니의 아픈 과거를 생의 끝까지 증언했다.

16살에 일본군에 끌려간 그는 7년 동안 중국 여러 도시의 위안소들로 끌려다니며 숱한 ‘위안’을 강요당했다. 여러번 임신 끝에 두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처지라 중국인 손에 맡긴 채 영원히 이별해야 했다.

중국의 위안소를 끌려다니다가 일본 패전의 소식을 들었지만, 갈 곳이 없던 그는 “결혼하고 일본으로 가자”는 일본 군인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향했다. 1946년 봄 배를 타고 후쿠오카의 하카타항에 도착했지만, 군인은 그를 버렸다. 그는 재일 한국인 남성을 만나 1982년까지 함께 살았다.

이런 할머니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것은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이었다. 1992년 위안부 강제동원에 일본군이 관여됐음을 입증하는 일본 정부 문서가 발견된다. 이에 일본의 4개 시민단체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위안부 110번’이란 핫라인을 개설했다. 이때 익명의 제보로 미야기현에 거주하던 송 할머니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시민단체들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재판지원모임)을 결성하고 송 할머니와 함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재판 투쟁에 나선다.

안해룡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7)는 재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송 할머니의 삶과 재판 과정을 담았다. 10년간의 기나긴 법정투쟁 끝에 최고재판소까지 갔지만 결국 재판에 지고 만 송 할머니가 “그래도 마음으로는 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서 영화의 제목을 빌려 왔다.

“재판에는 졌지만,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할머니의 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경종이자 함께 싸워나가자는 독려의 메시지다. 송 할머니는 이 영화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말라”며 자신의 상처를 넘어 모든 사람들의 평화를 얘기한다. 2007년 8월 개봉 뒤 영화는 일본 여러 지역에서 지금도 상영되고 있다. 영화를 본 이들은 “전쟁은 안 된다”, “책임을 피하려는 일본 정부와 과감히 맞서야 한다”는 등의 소감을 남겼다.

2011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송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을 때도, 그때 낳은 아이를 남의 손에 맡겨야 했을 때도, 수십년 동안 일본에서 손가락질당하고 차별받을 때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일본놈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낼 때까진 죽을 수 없지. 내 마음만은 일본에도, 죽음에도 절대 지지 않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고 도쿄로 이주한 송 할머니는 최근 양로원에서 생활했다. 최근까지 할머니를 돌봤던 양징자 재판지원모임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할머니는 최근 1~2년 동안은 거동이 불편하셨고 최근에는 말을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지셔서 유언은 남기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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