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을 살해하려 한 미국 소녀들이 심취한 사이버의 공포 캐릭터 ’슬렌더 맨’.
사이버 세계의 가공 인물을 만족시키기 위해 친구를 살해하려 한 소녀가 정신병동 복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위스컨신 워케샤 카운티의 마이클 보런 순회 판사는 21일 동급생 친구 살해 시도에 가담한 아니사 웨이어(16)에게 정신치료시설에서 최대형인 25년형을 선고했다.
웨이어는 12살이던 지난 2014년 5월 학교의 같은반 친구인 모건 게이서와 함께 동급생 소녀를 유인해 위스컨신 밀워키 교외의 어한 공원에서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현장에서 게이서는 피해자는 19차례나 칼로 난자하고, 웨이어는 이를 방관했다. 웨이어는 유죄를 인정했으나, 당시 자신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소녀는 사건 뒤 공원 숲속에서 몸부림치다가 행인에 의해 발견되어 목숨을 건졌다.
웨이어와 게이서는 수사 과정에서 사이버 상의 가공 인물인 공포 캐릭터 ’슬렌더 맨’에게 봉헌하려고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주범인 게이서는 형무소 복역을 피하려고 검찰 쪽과 거래해 고의적인 1급 살해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게이서는 오는 2월 선고를 받을 예정인데, 최소한 40년의 정신병동 복역을 검찰 쪽은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범행 동기가 된 슬렌더 맨은 지난 2009년 플로리다의 에릭 크누센이 만들은 캐릭터이다. 마르고, 그림자 얼굴만을 가진 슬렌더 맨은 등 뒤로 촉수가 나와있고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웨이어와 게이서는 온라인 공포 단편물에서 슬렌더 맨을 읽고는 빠져들었다고 진술했다.
법정에서 웨이어는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어떠한 환상에 다시는 빠져들기 않기 위해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다하겠다”며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그날 일어났던 일에 대해 내가 후회하고 있는 것을 알아주기를 원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되돌릴 수 없고 내가 망쳐놓은 것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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