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20개국 외무장관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밴쿠버/AF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대화할 때가 됐다”며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재확인하면서도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대화의 길로 나오지 않으면 군사 행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은 16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한국전쟁 참전국들 및 한국, 일본등 20개국 외무장관들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관한 외무장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대화할 때가 됐지만, 북한은 그들이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줄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스스로 “신뢰할 만한 협상 상대”임을 보여주는 조처로 도발 행위의 “일관된 중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관여와 대화, 협상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군사) 옵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개회사에서는 “신뢰할 만한 협상의 테이블로 나올 때까지 북한 정권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화가 바람직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담은 동시에,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군사 행동의 시간이 가까워진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보복 공격 가능성을 최소화하며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한다는 ‘블러디 노즈’(코피) 작전이 논의된다는 일부 보도에 관한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나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20개국 외무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밴쿠버/AFP 연합뉴스
이 회의는 지난해 11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직후 미국과 캐나다가 제안한 것이다. 회의 뒤 양국 외무장관 명의로 나온 ‘공동의장 요약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넘어서는 독자 제재 부과를 위한 조처를 고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대북 제재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선박 간 환적 등에 대한 해상 차단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불참한 중국과 러시아에 유엔 제재의 완전한 준수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도 했다.
‘공동의장 요약문은’ 또 “남북대화와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북한의 의사를 환영한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대화 진척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재는 협상을 통한 해결의 조건을 마련하려는 외교적 수단”,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미국과 한국의 입장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별도의 한-미,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도 했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은 대화와 제재의 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미·일도 이에 지지를 표시하면서 3국 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최우선 목표임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남북대화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시각차도 드러났다. 강 장관은 개회사에서 북한이 압력의 결과로 대화에 나왔다면서도 “수년간 경색되었던 남북관계에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회의가 열리고 있는 지금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미소 외교’에 눈길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압력을 완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본영 김지은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