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22일 이스라엘 의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내년까지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이스라엘과 미국 복음주의 세력은 환호하고 팔레스타인과 중동 국가들은 분노하는 ‘분열과 갈등’을 부채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22일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2019년이 가기 전에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아랍계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수도’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있다가 퇴장당했다.
지난달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계획을 밝혔을 때, 미국 당국자들은 최소 3~4년은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면서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서둘렀고, 새 건물을 짓는 대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전을 앞당기는 쪽으로 급선회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영구적인 새 대사관을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안심시키고, 향후 중동 평화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예루살렘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조처라는 분석이다.
펜스 부통령의 발표로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과정에서 균형 잡힌 중재자가 될 수 없다는 평가가 굳어지게 됐다. 미국 행정부에서 대표적인 복음주의 기독교도인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그른 것이 아닌 옳은 것을, 악이 아닌 선을, 압제가 아닌 자유를 믿기 때문에 이스라엘 편에 선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지금처럼 강력했던 적이 없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동예루살렘을 ‘미래 수도’로 여기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미국을 협상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 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펜스의 메시아적인 담화는 극단주의자들에게 선물이 될 것이며, 미 행정부가 해법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임을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한 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인사들을 만났다. 아바스 수반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한테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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