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소식을 전하고 있는 미국 <시엔엔>(CNN) 방송 기사. 사진출처: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춥고 다채롭고 드라마틱하고 위험하고 흥미롭고 감동적인 올림픽이 될 것이다.”(미국 <시엔엔>(CNN) 방송)
전 세계 외신들은 9일 개막한 평창겨울올림픽을 소개하며 흥미진진한 올림픽이 되리라 전망했다. 스포츠 제전 본연의 의미는 물론 북한 핵·미사일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 도핑 파문에 ‘국가대표’로는 출전하지 못하는 러시아 선수들, 매서운 날씨 등 다양한 요소를 주목해 볼 만한 이례적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컬링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경기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신은 남북한과 미국이 평창에서 보여줄 ‘올림픽 외교’에 관심을 쏟았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이미 남북한의 관계가 올림픽의 서사를 지배하고 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평양의 작은 승리”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프랑스 24> 방송도 “김영남(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의 여행은 올림픽으로 인해 추진된 ‘투 코리아’ 화해의 외교적 정점”이며 “‘평화 올림픽’을 밀어붙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향의 핵 야망 포기를 설득할 대화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엔엔>은 냉랭한 북-미 관계와 훈훈한 남북 관계를 대비해 평창 소식을 전했다. 이 방송은 “공개적으로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이 참석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껄끄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여정 북한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라는 점과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만났다는 점도 소개했다.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개최국인 일본 언론은 자국 선수단의 활약에 기대를 보이며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반면 남북의 화해 분위기는 경계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의 사설은 “북한이 올림픽을 남북 화해 분위기로 물들여 일-미-한 3국 연계를 무너뜨려 제재망에 구멍을 내려는 계산이 보인다”고 했다.
중국 언론도 ‘스포츠 외교’에 각별한 관심을 보냈다. <중국신문망>은 “평창올림픽이 단순한 체육대회가 아닌 다자 외교 무대로서의 의미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많은 사람이 (한)반도 정세의 결정적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심사는 러시아 선수단이다. 러시아는 국가 차원의 조직적 도핑으로 올림픽 참가가 금지됐다. 다만 도핑 의혹을 벗은 168명이 ‘러시아 올림픽 선수’(OAR)로 참가한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메달 8~10개를 딸 경우 다른 나라의 분노 등 더 많은 드라마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정윤 기자, 도쿄 베이징/조기원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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