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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반도 격변의 봄…남북과 주변 열강 ‘그레이트 게임’ 시작

등록 2018-03-28 18:28수정 2018-03-29 09:03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

북 비핵화 놓고 힘겨루기
중국 뛰어들며 요동치는 정세

새로운 세력균형 체제 수립
미국이 북 비핵화 대가로
어떻게 체제보장 하느냐가 관건
한반도를 둘러싼 ‘그레이트 게임’이 막을 올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놓고 남북한과 주변 열강들의 외교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전격 합의에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중국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의 진전이다.

근대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다툼은 크게 3차례였다. 1차는 조선 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이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이고, 2차는 2차대전 뒤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발발이다. 3차는 1990년 전후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고립된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면서 촉발된 위기를 둘러싼 새로운 세력 균형 체제 수립을 둘러싸고 진행돼 왔다.

북한이 핵개발을 담보로 한 벼랑끝 버티기를 하고,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경쟁국으로 부상하면서, 남북한과 주변 미-중-러-일 4대 열강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새로운 세력 균형 체제 수립을 타협점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조류는 2000년 최초로 실현된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보름 남짓 앞둔 2000년 5월29일 중국을 극비 방문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갈등하던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 향후 펼쳐질 새로운 동북아 판도에서 양국의 전략적 연대를 확인한 것이다.

6월 김대중 대통령과의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은 7월에 러시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첫 정상회담을 했다. 7월부터는 베를린에서 북-미 외교장관 회담 예비 접촉을 시작했다. 북-미 양국은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의 방미를 계기로 평화체제 수립과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뼈대로 한 ‘조-미 공동성명’에 합의했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준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와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북-미 관계 진전이 완전히 파탄나자, 북한과 일본이 접근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그해 9월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역사적인 북-일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다음달인 10월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문제 삼으며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이에 중국이 나섰다. 2003년 8월 중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북핵 6자회담이 시작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전 파병까지 수용하며 한반도에서 미국의 대화 조처를 이끌어내는 등 적극적 역할을 했다. 6자회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 타결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향한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그 다음날 미국은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에 있던 북한 자금을 동결했다.

뒤이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북한에 대한 무시로 일관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6차 핵실험과 17번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고, 한반도 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위에서 셋째)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위에서 셋째)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는 모습으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한 사진이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위에서 셋째)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위에서 셋째)이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는 모습으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한 사진이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평창겨울올림를 계기로 대화로 급선회한 한반도 주변 외교는 2000년의 외교에서 풀지 못하고 더욱 악화돼버린 과제를 풀어야 하는 ‘그레이트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주변 4강과 남북한의 샅바 싸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풀어야할 북-미 관계 정상화다.

북한은 핵 위기를 고조시키다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었고, 다시 북-중 정상회담을 전격 개최함으로써 ‘게임 메이커’ 역할을 확보하려 한다. 중국은 한·미와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먼저 베이징으로 불러들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쌍방 선대 지도자들이 직접 세우고 함께 길러온 중-조 우의”를 수차례나 강조했다. 북-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주도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다.

그동안 헛바퀴를 돌던 한-중-일 정상회담도 5월초에 열리면, 최근 흐름에서 소외된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일본은 2002년 고이즈미의 방북처럼 주변 열강에 앞서가는 외교 행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역시 북한과 3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했던 2000년 이후의 행보를 재개할 것이다.

관건은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대가로 어떻게 체제 보장을 하느냐이다. 이런 맞바꿈의 성사 여부와 양상이 한반도와 그 주변의 새로운 세력 균형 체제 수립을 좌우할 것이다.

☞‘그레이트 게임’이란? 19세기 영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주도권을 두고 벌였던 패권 다툼에서 유래했다. 20세기에는 중동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도 쓰였다. 주요 지역에 대한 영향력과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경쟁을 뜻하는 용어로 정착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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