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글로, 멕시코 국경장벽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연계해 멕시코를 압박하고 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연계해 멕시코를 압박했다. 오는 7월 당선이 유력한 멕시코 대선 후보는 “외국 정부의 피냐타(인형)가 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 글에서 “멕시코는 사람들이 남쪽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들어오고,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오는 걸 멈추게 하는 데 있어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지만 별로 하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바보 같은 이민법을 비웃고 있다”며 “대규모 마약과 인구의 유입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들의 수입원인 나프타를 끝낼 것이다. 장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신교 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기에 앞서, 민주당과의 다카(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협상 중단 엄포를 놓으며 80만명에 달하는 다카 대상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잡았다가 놔주기법’ 같은 리버럴 민주당의 엉터리 법 때문에 국경순찰 대원들이 국경에서 제대로 일할 수 없다”며 “공화당은 더 강한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핵 옵션’(상원 의결 정족수를 60석에서 과반인 51석으로 낮추는 것)으로 가야 한다. 더 이상의 다카 협상은 없다!”고 트위터에 썼다.
교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다카 협상은 없다’는 말의 뜻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는 국경 문제에 있어서 우리를 도와야 한다”며 “우리를 돕지 않으면 두 나라 사이에 매우 슬픈 일”이라고 동문서답했다.
오는 7월1일(현지시각)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모레나(국가재건운동)당 후보가 1일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우다드 후아레스/EPA 연합뉴스
<뉴욕 타임스>는 “대통령의 트위트가 이민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신문이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분기를 뿜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다만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몇분 전 (뉴스쇼) ‘폭스와 친구들’에 나온 이민 보도에 대한 반응인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브랜든 저드 국경순찰위원회 위원장이 출연해 ‘잡았다 놔주기법’과 ‘핵옵션’ 등에 대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국내는 물론 멕시코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오는 7월1일 멕시코 대선에 나서는 유력 후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발끈했다. 지지율 40%가 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모레나(국가재건운동)당 후보는 1일 대선 출정 집회에서 “당선된다면 멕시코와 멕시코인들은 어떤 외국 정부의 피냐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냐타는 과자나 장난감을 넣은 종이인형이나 통이다. 파티 때 막대기로 쳐서 터트리는 용도로 쓰이는데, 멕시코가 미국으로부터 두들겨 맞는 인형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미국과 멕시코·캐나다는 지난해 8월부터 나프타 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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