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뒤 38노스가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실험 전(왼쪽)·후 위성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이 “아직 사용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23일 누리집에 올린 논평에서 “2017년 9월 북한의 6번째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북문에 위치한 실험장은 폐쇄됐으나, 지난 3월 초 이후 서문 지역에서 새로운 갱도 작업이 포착됐다”며 “이 새로운 갱도 작업은 3월 중순 이후 축소됐으나, 4월 초까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새로운 갱도가 완성돼 향후 새로운 실험을 할 준비가 됐거나, 혹은 최근 진행되는 정치적 변화를 반영해 공사가 둔화된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38노스는 “풍계리에는 남문에서 접근 가능한 또다른 잠재적인 실험 갱도도 있다. 몇년에 걸쳐 완성된 이 갱도는 향후 지하 핵실험을 하기에 여전히 적합하다. (이 갱도는) 과거에 관측된 다른 갱도에 비해서는 차량이나 인원 이동이 적으나, 여전히 향후 추가적인 핵실험을 위한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이 더 이상 향후 핵실험에 적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근거가 없다. 만약 평양이 명령을 내리면 향후 실험에 사용될 수 있는 오염되지 않고 단단한 암석층에 위치한 두 곳의 장소가 남아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전날 이뤄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소개하며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미의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용가치가 끝난 핵실험장을 협상 카드로 던졌다”며 이번 조처의 의미를 깎아내려왔다. 38노스의 이번 논평은 이러한 논란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24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그동안 6차례에 걸쳐 이뤄진 핵실험의 비밀 유지를 위해 300명 규모의 부대가 계속 주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때 핵무기의 ‘다종화’(우라늄탄),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때는 수소폭탄 실험을 이뤄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핵물질은 지금껏 채집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완성한 핵폭탄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신문은 북한 당국의 조처는 “잔류 방사성물질과 실험 자료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