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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포토] 미국에서 이산가족 사연 전하는 ‘트럭 전시회’

등록 2018-05-01 11:47수정 2018-05-01 17:24

로라 엘리자베스 폴, ‘오랜 이별’ 사진전. 오랜 이별 누리집 갈무리
로라 엘리자베스 폴, ‘오랜 이별’ 사진전. 오랜 이별 누리집 갈무리
미국 동부 일대에서 한국전쟁의 이산가족을 주제로 한 독특한 이동 사진전이 열린다.

`오랜 이별'을 주제로 이 전시를 마련한 로라 엘리자베스 폴은 사진작가이자 영상 제작자이다. AP통신의 기자로 한국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로라 폴은 불확실한 한반도의 시대 속에 긴 시간 의도치 않게 특수한 상황에 놓인 개인들의 상황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강력한 영감을 준 이는 그의 큰외삼촌 유일상 씨. 유일상 씨도 이산가족이었다. 유 씨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인 혼란스러운 시기에, 몇 달 안에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가족과 여동생을 남겨두고 북에서 남으로 왔다. 그러나 그 뒤로 가족을 만나지 못했고 소식도 전혀 듣지 못했다. 작가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맨 처음 인터뷰한 사람이 유일상 씨다. 명절 때마다 가족 이야기를 하며 못된 아들이 된 것을 한탄하던 유 씨는 끝내 가족과 동생들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2014년 11월 90세의 나이로 숨졌다.

로라 폴과 그의 큰삼촌인 유일상 씨. 사진 이현석
로라 폴과 그의 큰삼촌인 유일상 씨. 사진 이현석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로라 폴은 이산가족 1세대들 이후를 고민하게 되었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가족의 유대감이나 남북한의 생생한 기억 또한 사라지지 않을까.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찾던 로라 폴은 "상황을 인식하고 인정을 가지고 사람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기"에 집중해 이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최칠성 (81세) 씨
최칠성 (81세) 씨
그가 인터뷰한 이 가운데 최칠성 씨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81세 최칠성 씨는 두 누나와 함께 11살 때 피난을 내려왔는데 부모님은 그가 어렸을 때 북한에서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두고 내려온 친척들의 이름과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남한에서 결혼하고 아이들도 있고 군인으로 살았지만 그의 유일한 소원은 고향에 다시 가보는 것.

그는 “매년 추석이랑 설날에 임진각에 와서 차례 지내면서 고향 사람 누구 만날까 (기대)해요. 아직 통일은 안 되었어요. 유일한 소원이 고향에 가는 것인데 그리할 수 없으니 여기에 옵니다.”라며 북한과 국경에 위치한 임진각을 찾는 심정을 말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최 씨와 같은 이산가족을 위해 매년 추석과 설날에 임진각에서 합동 차례를 지원하고 있다. 고향을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은 이들에게 매우 슬픈 일이다. 한국 문화에서 고향은 따뜻한 감정, 행복한 기억, 사람들과 지역 풍경 등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의 잘 알려진 노래 중엔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로 시작하는 곡도 있다.”

이동전시장은 10명의 사진이 붙어있는 트럭. 관람객들은 전화를 걸어 위의 최칠성 씨의 이야기처럼 로라가 진행한 인터뷰의 발췌본을 들을 수 있다. 관람객이 전화를 건다는 것은 이 전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행위를 통해 북한의 가족과 일상을 나눌 수 없는 이산가족의 매일 의식에 참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모든 목소리 인터뷰와 사진의 자막은 한국어와 영어로 제공된다. 2018년 5월 2일에서 12일까지 미국 동부 공립 도서관 전시 일정을 시작으로 순회하는 “A Long Separation | 오랜 이별” 사진전의 자세한 일정은 누리집(www.alongseparatio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로라 폴의 `오랜 이별' 이동전시차량의 3D 이미지. 오랜 이별 누리집 갈무리
로라 폴의 `오랜 이별' 이동전시차량의 3D 이미지. 오랜 이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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