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각) 르완다 후예시 키나지낙농협동조합(KIDAKO·키다코) 공장에서 한 직원이 원유를 살균하고 있다. 키다코는 대학살 참사 생존자들의 원활한 사회 복귀뿐 아니라 가해 종족인 후투족과도 자연스럽게 화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르완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추진하는 협동조합 가운데 하나다. 후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은다이사바 필리프(57)가 몸담고 새로운 인생의 희망을 꿈꾸는 키나지낙농협동조합(KIDAKO·키다코)도 실은 참사를 빨리 복구하고 국민 화합을 이뤄내려는 르완다 정부의 노력이 깃든 작품이다. 제노사이드 생존자들이 원활하게 사회에 복귀하고 가해 종족인 후투족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지난 16일 후예시 키다코 사무실에서 평화원정대와 만난 비기리나나 장 다마센 키다코 대표는 “우리 조합에는 제노사이드 생존자 3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조합원”이라며 “그 전에는 개별적으로 우유를 팔다 정부가 제노사이드 생존자와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일할 것을 촉구해 2012년에 키다코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대부분은 40~60대로, 제노사이드를 경험한 세대가 많다. 르완다 정부는 1994년 학살을 종식시키자마자 ‘민족통합정부’를 표방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가차차를 통한 학살자 처벌과 동시에 강력한 사회통합 정책을 추진해왔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 상황을 고려해 전국적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자연스러운 화해와 연대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키다코는 조합원 10명의 소와 인근 농장주들의 소까지 포함해 하루에 4천~5천리터가량의 우유와 요구르트를 인근 지역에 팔고 있다. 우유보단 대부분 요구르트 형태로 판다. 다마센 대표는 “지금은 그냥 요구르트만 파는데, 앞으로 파인애플, 딸기, 바닐라를 넣은 요구르트로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쓰는 건물도 조합원들이 제 힘으로 지은데다 판매 시장도 힘을 합해 개척하고 이곳에서 생긴 돈으로 아이들 학비까지 댈 수 있어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다마센 대표는 설명했다.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정규직 직원 24명을 고용하고 시간제 노동자도 10여명 쓰는 등 지역경제에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필리프는 “키다코를 큰 조직으로 키우고 싶다”며 “누군가 (새 제품 개발 관련 기술적인 측면에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예/전종휘 유덕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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