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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평화원정대] ‘원님재판’이 평화 기초로

등록 2018-05-22 05:00수정 2018-05-23 15:31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⑤르완다 제노사이드 24년

르완다의 해결방식 ‘가차차’란?
전통 마을재판으로 가해자 현실적 처벌
생존자와 관계 재정립 평화·화해 기초로
16일 오후(현지시각) 르완다 카모니 제노사이드 기념관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카모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6일 오후(현지시각) 르완다 카모니 제노사이드 기념관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카모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가차차는 대학살 뒤 가해자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르완다 정부가 취한 현실적인 수단으로, 르완다의 특수성이 반영된 해결책이다.

제노사이드 이후 르완다 정부가 파악한 가해 관련자만 무려 13만여명에 이르렀다. 간접적으로 엮인 이들까지 포함하면 성인 인구의 3분의 1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800여명이던 판사들이 제노사이드를 거치며 대부분 죽고 50여명만 남은 상황에서 가해자를 모두 형사법정에 세워 처벌하려면 20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르완다 정부는 결국 2002년 르완다의 전통적인 공소 제도인 가차차로 접근해 이 문제를 풀기로 했다. 가차차는 풀 또는 잔디라는 뜻의 르완다어로 동네 풀밭이나 공터 등에서 열리는 일종의 ‘원님 재판’을 뜻한다. 정부는 마을마다 존경받는 이를 뽑아 정부의 사전교육을 받은 뒤 자신의 마을에서 재판을 열게 했다. 마을 재판관이 가해자와 피해 생존자의 얘기를 들은 뒤 짧으면 1시간, 길면 며칠 만에 처벌 수위를 결정했다.

정식 재판이 아닌 점을 고려해 사형은 선고할 수 없고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었다. 가해자가 자백을 하고 생존자에게 용서를 구하면 형량을 줄여주거나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는 권한도 마을 재판관이 행사했다. 피해 구제 차원에서 가해자가 파괴된 피해자의 집을 대신 짓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평화원정대가 만난 빈센트 은시지룽구는 동네 양철지붕 집들을 가리키며 “모두 가담자들이 희생자들을 위해 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가차차는 10년간 200만건 안팎의 사건을 처리하고 2012년에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

학살 관련자들을 관대하게 처분함으로써 정의 실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국제적인 비판과 아파르트헤이트와 관련한 폭력 등 진실을 털어놓으면 형사처벌을 감면해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에 비해 나름 처벌이 이뤄졌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르완다 정부는 “가차차 재판으로 많은 생존자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운명을 알게 되고, 주검의 위치를 파악해 존엄하게 다시 묻어줄 수 있었다”며 “가차차는 생존자와 가해자 가족의 관계 재정립을 강화하고 르완다에서 평화와 화해의 기초를 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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