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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는 왜 한국에 ‘회담 취소’ 미리 알리지 않았나

등록 2018-05-25 16:35수정 2018-05-25 23:20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전격취소까지 무슨 일이
23일 밤 10시 참모들과 대책 논의
24일 오전 취소 결정 뒤 편지 구술
“지난주엔 싱가포르 접촉에 북 안 나타나”
볼턴 등 강경파, 지난주부터 ‘취소’ 조언
문정인 교수 “네오콘 유리한 고지 해석도 가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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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은 전날 밤부터 당일 아침까지 하룻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백악관 내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와중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공격적인 담화가 ‘직접적’ 빌미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채 12시간이 안 걸렸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가 회담 취소를 주도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빨간불이 켜진 건 23일(현지시각) 밤이었다. 이날 저녁 8시가 조금 못 돼 “미국이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면 조-미(북-미) 수뇌회담 재고려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는 최 부상의 담화 소식이 백악관에 날아들었다. 볼턴 보좌관은 밤 10시께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논의에 참여했다.

이들은 최 부상의 담화 중에서도 “핵 대 핵의 대결장”을 언급한 것과,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맹비난한 데 분노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위협적인 언어는 매우 나쁜 신호라고 보고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숙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 참석해 서 있다.  AP 연합뉴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 참석해 서 있다. AP 연합뉴스
이튿날인 24일 오전 7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 등 안보 참모들과 논의를 이어갔다. ‘신중파’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는 통화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히 회담 취소 결정을 내리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낼 공개서한 작성을 지시했다. 이 회의에 참여한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에게 편지 내용을 직접 구술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 서한을 오전 9시43분에 북한 쪽에 전달했다고 <엔비시>(NBC) 방송이 보도했다. 백악관이 이 서한을 트위터에 올린 것은 오전 9시46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용이 새나갈 것을 우려하면서 한국 등 동맹들한테도 먼저 알리지 말고 언론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엔비시> 방송은 북한이 선수를 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회담을 취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취소 결정이 이뤄진 것은 하룻밤 사이지만, 그에 앞서 최근 1~2주 동안 백악관 내부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접촉을 뚝 끊고 강경한 담화를 연달아 내놓은 점을 미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지난주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북한과 접촉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갔으나 북한이 연락을 끊고 나타나지 않았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바람맞혔다”고 말했다. 이 접촉은 지난 8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두번째 방문했을 때 북한과 협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볼턴 보좌관을 비판하며 “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두번째 중국 방문(5월7~8일) 뒤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게 이 무렵이다. 볼턴 보좌관과 공화당 의원 등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조언한 것도 이때라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지를 막판까지 버리지 않았으나 결국 폼페이오 장관 등 협상파보다는 볼턴 보좌관 등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다. <엔비시> 방송은 볼턴 보좌관이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주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결과를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이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 처음부터 의견이 안 맞았다”고 전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런 점을 들어 “미국에서 네오콘(강경 보수파)이 유리한 고지를 가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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