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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북-미 70년만의 정상회담, 왜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됐나?

등록 2018-06-10 10:16수정 2018-06-10 10:20

등거리 외교로 북한과도 좋은 관계 유지
북한 한국보다 2년 앞서 싱가포르에 통상대표부
1975년 북-싱가포르 수교…북미, 남북 접촉 주요 무대
싱-북 합작기업 삼태성, 평양 등에 패스트푸드점 운영
국제행사 개최 경험 풍부 시진핑-마잉주도 싱가포르서 만나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전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에서 경찰이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전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에서 경찰이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 무대가 된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작은 도시국가다. 전체 국토 면적(719㎢)이 서울(605.6㎢)의 1.2배 정도다. 인구는 561만명(2017년)으로 서울시(1017만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세기적인 만남이 싱가포르라는 작은 나라에서 이뤄지는 데는 중립과 균형을 강조하는 싱가포르의 현실주의 외교가 한 몫을 했다.

■ 한쪽에 쏠리지 않는 싱가포르식 ‘등거리 외교’

싱가포르는 중국과 대만(양안), 미국과 중국, 남·북한 사이에서도 등거리 외교, 균형 외교를 해왔다. 양안 관계에 있어서 싱가포르는 ‘하나의 중국’ 원칙(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단 하나라는 뜻으로 대만 독립 등을 반대하는 중국의 외교 원칙)을 지지하면서도, 대만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지속했다. 그 결과 1949년 양안 분단 66년 만인 2015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잉주 대만 총통의 만남이 싱가포르에서 이뤄졌다. 중국, 대만이 싱가포르에 양안 지도자 회담 개최를 위해 장소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뤄진 회담이었다. 이에 앞서 1993년 리콴유 전 총리 주선으로 왕다오한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과 쿠첸푸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의 역사적인 회담도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강대국인 미-중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는 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둔을 비롯해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중국과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다. 싱가포르는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설 멤버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싱가포르는 북핵 문제,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중립적인 제3자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들은 2008년 4월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당시 북핵 6자회담 미국 대표와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양자회담을 주선했다. 2008년 5월 조지 여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북한을 공식 방문해 북한에 동남아시아우호협력조약(TAC) 가입을 제안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였다. 같은 해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계기에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 회동이 성사되기도 했다. 2009년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비밀리에 만나 연내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논의한 곳도 싱가포르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 북한과도 좋은 관계 유지…합작회사 만들기도

싱가포르는 한국과 서로가 각자의 10대 교역국에 들어갈 만큼 활발하게 교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북한은 1968년 한국보다 2년 앞서 싱가포르에 통상대표부를 설치했다. 1975년 싱가포르는 남북 모두와 외교관계를 맺고 대사관을 열었다.

1980년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주요 인사들이 싱가포르에 다녀갔다. 박의춘 외무상(2013년), 리수용 외무상(2014, 2015년), 리길성 외무성 부상(2015년) 등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고위급 인사도 1986년부터 수차례 북한에 갔다. 빌라하리 카우시칸 싱가포르 외교부 2차관은 3차례 방북했다. 싱가포르 기업은 북한과 삼태성이라는 회사를 합작으로 설립하고, 2009년 이후 평양 등 3곳에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교류 단체인 조선 교류(CHOSUN EXCHANGE)는 북한 관료를 초청해 경제 연수를 시키고, 북한에서 창업교육을 하기도 한다.

물론 싱가포르는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등 도발을 할 때 유엔(UN)의 일원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2011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고, 2010년 북한 핵개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법안 마련에 참여했다. 2012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2013년 3월 핵 실험 등 도발에는 강력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리센룽 총리. 외교부 제공
리센룽 총리. 외교부 제공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한반도 문제에 관해 직접 언급한 적도 있다. 리 총리는 지난해 10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한반도 핵무장은 역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에) 빠르고 쉬운 해법은 없다. 압박은 필수적이지만 대화도 그렇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국가와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갈무리
■ 마이스 산업 특화된 점도 세기적 회담 개최지로 적절

싱가포르는 국제적 행사가 열리기 적합한 장소다. 이 나라는 전시·박람회 산업을 뜻하는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과 관광산업 등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종 국제회의 등이 열리기 알맞은 장소가 많은 편이다. 2015년 기준 싱가포르 인구의 3배 정도 되는 1523만명이 관광 목적으로 싱가포르를 찾는 만큼 관광객을 받기 위한 최고급 호텔도 즐비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 안보 포럼인 아시아안보회의도 매년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려 ‘샹그릴라 대화’라는 별명이 붙었다. 올해 싱가포르에서는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 국제회의가 이미 진행됐거나, 예정돼 있다. 국제회의를 개최한 경험이 풍부한 만큼 북-미 정상을 위한 의전 등 회담을 위한 세부사항 조율, 협조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장점은 회담 개최지 선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버스 안에 붙어있는 금지 행위. 음식물을 먹지 말라는 표시 외에 방귀를 끼지 말라는 표시도 보인다. 외교부 제공
싱가포르 버스 안에 붙어있는 금지 행위. 음식물을 먹지 말라는 표시 외에 방귀를 끼지 말라는 표시도 보인다. 외교부 제공
■ 정치, 사회 분위기는?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실현되는 싱가포르의 정치, 사회 분위기는 어떨까. 일단 싱가포르의 정부 형태는 내각책임제로 총리가 정부 수반 역할을 한다. 6년마다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긴 하지만 역할은 제한적이다. 여당인 인민대표당은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뒤 1981년까지 의회 선출직 의석을 독식하며 정치를 주도했고, 1981년 야당의원이 원내에 진출하기 시작한 뒤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리콴유 초대 총리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 동안 총리를 지냈고, 고촉통 2대 총리는 14년, 리콴유 전 총리의 첫째 아들인 리센룽 현 총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14년 동안 재임 중이다.

싱가포르는 언론의 정부 비판 역할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싱가포르는 2018년 180개 국가 가운데 151위다. 이 단체는 “리센룽 총리 정부는 언론인들의 비판에 빠르게 대응하고 언론을 고소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며, 취업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심지어 강제 출국 조치를 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단체는 싱가포르 정부가 모든 형태의 언론 콘텐츠를 검열할 힘을 가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당국의 사법적, 재정적 압박의 결과로 대안 독립 매체를 포함해 (언론 전반에) 자기 검열이 널리 퍼져있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영장없이 주거지와 전자기기를 검문할 수 있는 법안이 상정돼 기자들의 취재원 보호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는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무거운 벌금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00싱가포르달러(한국돈 80만여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규정이 있다. 껌을 판매하는 것, 또 껌을 씹는 행위는 아예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기면 2000싱가포르달러(160만여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음식물을 먹다 걸려도 500싱가포르달러(40만여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는 등 다양한 벌금 부과 죄목이 존재한다.

싱가포르/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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