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참매1호’ 아닌 중국 에어차이나 보잉747 이용
육상에선 검은색 벤츠 리무진…방탄 경호원들 에워싸
전용차 ‘비스트’ 가져올 트럼프에 ‘일대일’ 메시지
제3국 제공한 차량 이용시 보안 문제도 고려한 듯
강인한 외모 ‘방탄 경호팀’도 싱가포르에서 ‘활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10일 오후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로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전용 비행기인 ‘참매1호’가 아닌 중국 에어차이나의 보잉 747기를 타고 싱가포르 땅을 밟았다. 이어 평양에서 공수해온 자신의 전용차량을 타고 대대적 호송 경호를 받으며 숙소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35분(현지시각, 한국시각 오후 3시35분)께 에어차이나 보잉 747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착륙했다. 4700㎞에 이르는 평양~싱가포르 구간을 김 위원장이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으나, 김 위원장은 노후된 것으로 알려진 참매1호보다 안전한 중국 민항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에어차이나 CA122편은 이날 오전 8시30분(한국시각)께 평양 공항에서 출발했다. 이 비행편은 처음에는 목적지를 베이징으로 지정했지만, 베이징에 인접해 갑자기 CA61로 편명을 바꾼 뒤 기수를 싱가포르로 돌렸다. 결국 김 위원장을 태운 에어차이나기는 7시간 만에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이용한 기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급이 이용하는 기종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셈이다.
‘비스트’라는 별칭이 붙은 미국 대통령 전용차.
김 위원장은 중국에서 제공한 항공기를 이용했지만, 싱가포르에서 이동할 땐 자신의 전용차량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복 차림에 안경을 쓴 김 위원장은 활짝 웃으며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곧바로 자신의 전용차인 검은색 벤츠 리무진을 타고 오후 3시3분께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3시38분께 도착했다. 이 차량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선보인 바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동일한 차량으로 보인다. 뒷문에는 판문점 회담 때도 붙어있던 국무위원장 표장이 붙어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싱가포르 방문을 비롯해 해외순방 때 전용차량을 수송해 가듯, 김 위원장도 전용 차량을 평양에서 공수해온 셈이다. 김 위원장의 차량번호는 가려져 있었으며, 검은 커튼을 쳐서 내부를 볼 수 없게 했다.
이 차량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창이공항에 김 위원장이 탑승한 비행기보다 먼저 도착한 일류신-76기가 공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때도 전용차를 공수해 이용했다.
통상 외국 방문을 할 때는 미국 대통령 등 일부 국가 수반을 제외하고는 수고롭게 전용차를 공수해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를 타면서도 전용차를 공수해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로 대등한 입장에서 회담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미국 대통령의 전용차인 캐딜락 리무진은 덩치가 커서 ‘비스트’(야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미국 대통령 전용차의 문에도 대통령을 상징하는 휘장이 붙어 있다.
김 위원장이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직선거리 약 17㎞)하는 동안 싱가포르 정부는 김 위원장 전용차량 앞뒤로 사이드카 등 35대의 호송 차량을 붙이고, 교통 통제를 하며 극진하게 예우했다.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무는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에서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을 북한 경호원들이 둘러싼 채 이동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 누리집 갈무리
김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인 오후 2시50분께부터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에는 미리 배치된 검은 양복을 입은 수행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또 취재진은 물론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12일로 예정된 세기의 정상회담 관련 사진을 찍으며 들뜬 모습이었다. 권총과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은 김 위원장을 태운 차량이 들어오는 방향을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며 대기했다.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은 오후 3시38분께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들어섰다. 이 때 검은 양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차량을 에워싸고 질주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 강인하지만 매우 딱딱한 표정으로 김 위원장의 전용차를 따라 달리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경호 인력을 싱가포르에 대동한 것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견줘 ‘일대일’로 보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노지원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화보] 북-미 정상회담[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