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화면 갈무리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전격적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번째 중국 방문은 북한의 외교 문법이나 일반적 정상외교 관점에서 봐도 파격적이다.
북한 지도자가 석달 동안 중국을 세차례나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한 국가의 정상이 특정국을 이렇게 빈번히 방문한 것도 정상외교 사상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3월부터 펼쳐지는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북-중 관계가 서로에게 사활적 이해를 지녔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당일로 중국 관영매체에 의해 확인되고, 일반적 정상외교에 어울리는 공개적이고 대대적인 의전이 갖춰진 것도 북-중 관계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의 핵심 목적은 북-미 정상회담 국면을 둘러싼 양국 관계의 강화 조율로 보인다. 중국은 북-미 관계 개선을 줄곧 지지했지만,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제기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놓고, 중국 언론들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에서 중국의 역할이 미국에 밀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냉전 시절에 중-소 등거리 외교를 펼친 북한이 미-중 등거리 외교를 구사하려 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고비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등거리 외교를 한다기보다는 대미 외교에서 중국과의 공고한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도 이에 화답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북-미 정상회담 당일인 12일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상응하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또 중국이 추진해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 및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병행)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자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전격적으로 밝히는 한편 중국을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 사이에서 중국의 역할이 얘기가 됐다는 것이고, 북한이 중국을 적극적 당사자로 만들어준 것”이라며 “일이 잘 진행되면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완화안 등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조선은 중국이 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의 보호 측면에서 발휘한 중요한 구실을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 및 관련 각국과 함께 조선반도의 지속적이고 굳건한 평화체제를 만들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 역시 “중국의 사회주의 조선에 대한 지지도 변할 리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을 적극 인정하고,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보장한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주요 의제인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 회담에 대한 설명이라면 실무 책임자를 보내도 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방중한 것은 대규모 경제협력 등을 보장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으로부터의 경제협력과 경제발전 비전 보장은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거쳐 창춘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형식으로 북-중 협력 논의를 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조선이 업무 중심을 경제 건설로 돌린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을 기쁘게 봤다”, “조선 경제의 발전과 민생의 개선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소식을 짧게 전했다. “6월19일부터 20일까지 조선노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한줄짜리 단신이다. 북-중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의 이전 두 차례 중국 방문 때는 귀국 직후 방문 소식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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