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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북·미, 4가지 합의 이행 기싸움…핵심은 비핵화 접점찾기

등록 2018-07-12 16:58수정 2018-07-13 14:29

[북미 정상회담 한 달] 공동성명 4개항, 느린 진척 속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취재진을 잠시 바로 보고 있다.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취재진을 잠시 바로 보고 있다.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장터’를 연 지 12일로 한달이 됐다.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기점으로 북-미가 서로 주고받을 물건을 놓고 본격적인 가격 흥정에 들어가면서 협상 초기의 전형적 현상인 ‘기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①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북 ‘미래 핵’-미 ‘모든 핵’ 의제 갈등
핵폐기 대략적 시간표 합의 못해

②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미 연합훈련 중단…북, 만족 못해
종전선언 놓고도…북 “미, 뒤로 미뤄”

③ 미군 유해 송환
애초 예상과 달리 송환일정 늘어져

④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연락사무소 설치 등 첫걸음 못 떼

한달이 흐른 시점에서 볼 때, 북-미가 공동성명을 통해 합의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항의 진척 속도는 뜨겁던 당시 열기에 비해 느린 편이다.

먼저, 핵심 합의 사항인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은 ‘미래 핵’만을 의제로 삼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 직전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실험장 폐기를 약속한 것이 ‘미래 핵·미사일 능력’에 해당한다. 엔진 실험장 폐기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 실무회담을 여는 것으로 절충이 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방북 때 기존 핵무기(과거 핵)와 현재의 모든 핵·미사일 시설(현재 핵) 신고·검증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에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고 대응했다. 미국은 애초 목표였던 ‘대략적 비핵화 시간표’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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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핵’에 방점을 둔 북한과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핵 폐기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려는 미국의 치열한 ‘의제 선점’ 싸움은 교착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빅딜’이 없으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응 대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섣불리 ‘생존 줄’을 내놓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북한이 결단해야 할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처 성격을 띤다. 미국은 정상회담 직후 ‘신뢰 구축 차원’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북한은 이를 ‘가역적 조처’로 부르며 자신들이 정상회담 전에 단행한 ‘불가역적인’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보다 가격이 낮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물건을 하나 더 내놔야 가격이 비슷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은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중대 조처를 했으니, 북한도 비핵화 조처를 추가로 내놓으라며 맞서고 있다.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상징적 초기 행사인 종전선언에도 입장이 갈린다. 북한은 미국이 이를 합의해놓고도 미룬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유엔사령부 존속이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시기상조로 보는 분위기다. 또 싼값에 종전선언을 팔 수 없다며 북한의 추가 조처를 기대한다.

7일 이틀째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사진. 미국 쪽에서는 판문점 실무회담을 이끈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알렉스 웡 동아태 부차관보,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센터 센터장과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좌했다. 북쪽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등 6명이 참석했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7일 이틀째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사진. 미국 쪽에서는 판문점 실무회담을 이끈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알렉스 웡 동아태 부차관보,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센터 센터장과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좌했다. 북쪽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등 6명이 참석했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셋째, 미군 유해 송환은 애초 12일 판문점에서 실무협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송환이 임박했다고 말해왔지만,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크고, 미국 여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라 이 문제가 틀어지면 파장이 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관계 설정’은 첫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연락사무소 설치 등은 거론되지 않고, 태권도 시범행사 등 초보적 교류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국면을 끌어온 ‘유일한’ 동력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신뢰는 확고한 편으로 보인다. 북한은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9일 “나는 김정은이 우리가 서명한 계약,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한 악수를 존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도 “김정은과 아주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고, 이를 계기로 북한이 (비핵화) 초기 조치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짚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뿐 아니라 비핵화,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노지원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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