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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트럼프의 독일과 유럽에 등돌리기는 끝은?

등록 2018-07-12 17:30수정 2018-07-12 22:03

나토의 유럽 회원국에 GDP 대비 방위비 4%로 증액 요구
“우리가 유럽 지켜주는데, 독일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
나토의 동·서 유럽 회원국들 간 균열도 재촉
푸틴과의 정상회담 앞두고 유럽·러시아 동시 견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유럽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재촉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 회의에서 유럽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재촉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미국와 유럽의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부담을 두 배로 증액하라고 재촉하는가 하면 유럽연합(EU) 중심국인 독일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까지 노골적 표현으로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연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유럽 회원국들에게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증액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나토의 가이드라인인 2%의 두 배에 해당한다. 또 “독일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더 많이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주려는데, 당신들은 당신들을 위협하는 나라에 수백억달러를 지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말은 유럽 동맹국들이 국방을 미국에 의존하면서, 나토의 가상 주적인 러시아에 에너지 공급을 의존하는 등 경제 협력을 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끝낸 뒤 각국 정상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왼쪽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모습이 모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두번째 줄 맨 왼쪽에 서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끝낸 뒤 각국 정상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왼쪽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모습이 모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두번째 줄 맨 왼쪽에 서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3월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총리의 악수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3월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총리의 악수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나토 정상들은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의무를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미국과 유럽 사이의 균열 봉합을 시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우선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비율) 2%를 이뤄야 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좋은 것은 우리가 그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치안 유지 작전에 대한 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2024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2%로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29개 회원국 가운데 이를 충족하는 국가는 미국(3.5%), 그리스(2.27%), 에스토니아(2.14%), 영국(2.10%), 라트비아(2.00%) 5개국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난한 독일은 1.24%다.

동맹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양자 정상회의를 앞둔 선제 조처로도 해석된다.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두둔해온 자신의 언행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러시아에 견제구를 던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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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럽연합의 중심국인 독일의 에너지 정책까지 노골적으로 걸고 넘어지며, 유럽연합 내 분쟁의 불씨를 지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의 60~70%를 얻고 있고, 새 파이프라인 때문에 러시아에 완전히 조종당하고 있다”며 “나는 그것이 적절하지 않고 나토에 아주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독일이 러시아와 체결한 새로운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드스트림2’를 비판한 것이다. 내년 말 완공을 앞둔 이 사업에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경제 및 안보 문제에서 이해 관계를 달리하는 유럽연합 내 서유럽과 동유럽 회원국들의 불화를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압적 언사로 유럽의 국방비 증액을 유도하는 것에 미국 공화당 쪽에서는 찬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에 빚을 졌다”거나,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가 4%(실제는 3.5%)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독일이 에너지의 60~70%를 러시아에서 얻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60%가량을 러시아에서 사는데, 천연가스가 독일의 전체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세계 경찰’ 역할을 하며 전쟁을 치르는 미국과 냉전 해체 이후 평화기가 지속되는 유럽에 같은 비중의 국방비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말이 나온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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