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러시아의 대선개입을 부인하는 의미의 발언을 해서 또 논란을 불렀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둔 도널드 트럼프의 입장에 대한 혼선이 계속되고 비판이 고조되나, 그의 지지도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 “러시아가 여전히 미국을 공격 표적으로 삼고 있습니까?”
트럼프: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기자: “아니에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으세요?”
트럼프: “아니에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러시아 문제를 놓고 혼란을 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다시 부인하는 말을 했다.
이날 기자가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과 관련해 ‘미국을 여전히 표적으로 삼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그렇게 믿는냐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논란이 다시 커지자,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시간이 지난 뒤 해명에 나섰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더 질문을 받을 것이냐라는 것을 두고 “아니다”고 말한 것이지, 러시아가 미국을 표적으로 계속 삼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 뒤 대통령과 말할 기회가 있었다”며 “대통령은 ‘고맙다’라고 말했고,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안하겠다’(no)고 말한 것이다”고 전했다. 샌더스는 “대통령과 행정부는 러시아가 과거에 했던 것처럼 우리 선거에 개입할 수 없게 확실히 하려고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의 입장을 둔 혼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쪽은 두차례나 ‘부정어’ 사용을 둔 오해라고 해명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대선에 개입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가 그럴 이유가 없다(I don’t see any reason why it would be)” 등의 발언으로, 미국 정보기관들의 결론을 무시하고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큰 비판에 직면했다.
그는 다음날 이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그러지 않았다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I don’t see any reason why it wouldn’t be Russia)라는 이중 부정 문장이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부정어(n’t)를 한 번 더 써야 하는데 실수로 빼먹는 바람에 자신의 참뜻이 정반대로 해석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해명을 한지 하루만에 다시 부정어 사용을 두고 또 다른 해명을 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언론과의 회견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명확히 말하며, 논란을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CBS)와의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냐”는 질문에 푸틴이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내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확실히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그(푸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푸틴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개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강경하게” 자신이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도는 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언론 등 조야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푸틴의 정상회담은 그의 전반적 지지도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42%는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이는 최근까지 지지도와 일치하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