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인터뷰 통해 탈북 과정 설명
“국정원이 19명 모두 데려오라 협박”
“탈북 직전 5명 사라져… 2명은 식당 주인에게 붙잡혀”
“국정원이 19명 모두 데려오라 협박”
“탈북 직전 5명 사라져… 2명은 식당 주인에게 붙잡혀”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 닝보에서 여성 종업원들을 데리고 집단탈북한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씨가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남한으로 오게 된 경위와 과정을 털어놨다. 이 사건이 남북관계에서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보도된 미국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다.
허씨는 5일 보도된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2016년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발생한 이번 사건의 전말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허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조선족 남성이 ‘당신이 남쪽 정보기관 인사(국가정보원 요원 추정)를 지속적으로 만났다는 사실을 북쪽에 알리겠다’며 협박한 게 탈북을 결심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당시 남쪽 정보기관 요원에게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요원은 4월3일 허씨에게 48시간 안에 여성 종업원 19명 모두를 데리고 탈북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허씨는 이 요원이 거부 의사를 밝힌 자신에게 탈출 기도를 ‘북쪽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한편, 다른 종업원들을 데려오면 수백만달러를 보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밝혔다.
결국 허씨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 표 20장을 준비한 뒤 4월5일 종업원들에게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이동을 지시했다고 했다. 그는 식당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기 직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종업원 5명이 도망쳤고, 류경식당의 중국인 사장이 차로 추격하며 종업원들이 탄 택시를 들이받아 추가로 2명이 낙오했다고 밝혔다.
허씨는 말레이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착해서야 행선지를 알아차린 종업원들에게 “북으로 돌아가면 죽는다”며 한국행을 설득했다고 했다. 결국 허씨와 종업원 12명은 7일 오전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남쪽 정보기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 저편에서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고, 그들은 나를 영웅으로 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씨는 남한 정보기관이 약속한 수백만달러를 주지 않아 현재 편의점 점원과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씨는 앞서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허씨의 탈북 동기와 과정에 대해 다르게 증언하는 이들도 있다. 한 예로, 류경식당의 중국인 사장은 2016년 말 <한겨레>에 허씨의 탈북 동기를 ‘도박 빚’이라고 설명했다. 탈출 당일 이상한 낌새를 채고 도망친 여성 5명 가운데 일부는 2016년 10월 일본 방송 인터뷰에서 “식당에 차를 가져온 사람은 ‘국정원 팀장’이었다”고 증언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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