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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로하니와 트럼프가 주고받은 ‘언어 수류탄’의 기록

등록 2018-08-08 09:51수정 2018-08-08 11:55

13년 만에 맺은 이란과 6개국 핵 협정
3년도 안 돼 깨지기 전 지속적 설전
“사자 꼬리 갖고 놀지 마라”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결과로 고통받게 될 것”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 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 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스터 트럼프 (Mr. Trump), 사자의 꼬리를 갖고 놀다간 영원히 후회하게 될 것이다 .”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 절대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마라 . 그렇지 않으면 역사상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결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

대이란 제재 복원을 앞두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주고받은 설전입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 0시 1분을 기점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는데요. 이에 앞서 ‘언어 수류탄’을 주고받은 것이죠.

대이란 제재 복원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완화했던 이란 경제 제재를 2년 7개월 만에 다시 옥죄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서명한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란 제재를 재개할 의사를 밝혔지요. 이란에 대한 제재는 단계별로 이뤄지는데요. 1단계 제재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 미국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개인도 제재를 받는 방식입니다. 11월5일부터 부과되는 2단계 제재는 이란 중앙정부와의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이란 정부의 외화벌이 수단인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입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과 터키, 인도 등 동맹국을 상대로 이란에 대한 2단계 제재가 시작되는 11월부터 이란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하기도 했지요.

이란의 핵 위협의 역사는 무려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 단체가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폭로하면서 시작된 이란 핵 위협 사태는 외교적 협상 노력 끝에 13년이 지난 2015년 7월 해결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이때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역사적인 핵 협정을 타결한 것이죠. 핵심 내용은 이란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6년 1월부터 분기별로 사찰 보고서를 내어 이란이 약속한 핵프로그램 감축 동결 조건을 지켰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이란 제재 복원은 13년 만에 이란과 6개 국가가 체결한 핵 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JCPOA)’을 깨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란 핵 협정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건 이 협정에 부정적 의견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부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란 핵협정 파기를 위협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이란이 협정을 위반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특유의 독설과 풍자적 언어로 이란을 공격할 뿐이었습니다.

언어 공격에 대한 이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란은 지난해 1월29일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행정부 출범 후 첫 이란 제재에 들어갑니다.

“이란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 .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들에게 얼마나 친절했는지 고마워하지 않고 있다 . 나는 아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 직후인 지난해 2월3일 미국 재무부는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 맞서 단체 12개와 개인 13명을 추가 제재합니다. 앞서 최소 90일 동안 이란을 포함한 이슬람 7개국 국적자 입국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 명령을 발표하기도 했죠.

그리고 지난해 9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 핵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대해 이란도 발끈합니다.

“트럼프의 무지한 헤이트 스피치 (혐오 발언 )은 21세기 유엔이 아니라 중세에서나 볼 수 있는 것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 장관 )

“핵 합의가 국제 정치의 불량배 풋내기에 의해 파괴되면 대단히 유감이다 . 전날 이 존엄한 기구(유엔)에서 쏟아낸 무지하고 터무니없고 악의적인 레토릭은 평화와 회원국 간 존중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다 .” (로하니 이란 대통령 )

하지만 이런 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 5월9일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협정 탈퇴의 이유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협정 체결 이후 실시된 10여 차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에서 단 한 번도 이란의 협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근본적 불신, 중동에서의 복잡한 국제 역학관계, 미국의 국내 정치 문제가 함께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죠.

그런 참에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대 이란 제재를 앞둔 지난달 22일 재외 공관장 회의에서 이렇게 연설하게 되는 겁니다.

“미스터 트럼프 , 사자의 꼬리를 갖고 놀지 마라 .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 미국과 이란의 평화는 모든 평화의 어머니이고 이란과의 전쟁은 모든 전쟁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굴하지 않고 트위터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공격합니다.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 절대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마라 . 그렇지 않으면 역사상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결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의 정신 나간 폭력과 죽음의 말을 허용하는 나라가 아니다 . 조심하라 !”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쓴 트위터는 강력한 분노를 담아 모두 대문자로 쓰였습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라는 부분만 빼고 말이죠.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위터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 세계는 불과 몇 달 전에 이보다 더한 허풍도 들었다 . 비록 (이전엔 ) 좀 더 고상한 것 (경고 )들이긴 했지만 이란은 무려 40년 동안 들었다 . 우린 어떤 국가들의 역사보다 더 오랜 제국들의 흥망성쇠까지 지켜보며 천년을 살아왔다 . 조심하라. ”

8월7일 부활하는 경제 제재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대화에 나서라고 사흘 전 최후통첩을 날립니다.

“이란과 이란 경제가 매우 빨리 악화하고 있다 . 나는 그들을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 이는 그들에게 달렸다 .” (8월 4일 )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이 시작되는 7일에는 두 국가의 장관들끼리 트위터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90일 전 미국 대통령은 실패한 이란 핵합의를 철회했다 . 오늘 (워싱턴 시각으로 7일 0시 ) 이란 정권의 악행에 맞선 제재가 재개됐다 . 이란 정권은 이란의 자원을 국민을 위해 써야지 테러를 지원하고 최고 지도자의 축재를 위해 쓰면 안 된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

폼페이오 장관이 트위터를 쓴 지 1시간만에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반격에 나섭니다.

“1945년 오늘 (8월 6일 ) 미국은 핵폭탄을 쓴 최초 그리고 유일한 나라가 됐다 . 그 핵폭탄은 도심을 겨냥했다 . 73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을 어기면서까지 더 방대해진 핵폭탄 해체를 거부한다. 미국의 군사주의는 사라지지 않았고 인류의 삶을 전혀 살피지도 않는다 .”

13년 만에 체결됐던 이란 핵 협정은 결국 3년이 채 되지 않은 2018년 8월7일 공식 파기되었습니다. 한국도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게 11월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지요.

두 국가 대통령이 주고받은 ‘언어 수류탄’은 이제 세계에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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