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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워터게이트 특종기자가 폭로한 ‘백악관 뒷담화’ 파문

등록 2018-09-05 14:32수정 2018-09-06 10:36

밥 우드워드, 저서 ‘공포…’ 발간 앞 워싱턴 들썩

“트럼프, 취임 뒤 북 선제공격안 지시
올 초엔 한반도에 왜 자원 쓰냐며
주한미군 필요성 의문 제기도
매티스 ‘대통령 초등생 같다’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인디애나주 에번즈빌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에번즈빌/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인디애나주 에번즈빌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에번즈빌/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방안을 마련하라고 참모에게 지시하고, 올해 초엔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탈퇴하려고 하는 것을 참모들이 막기 위해 그의 책상에서 관련 문서들을 몰래 치우기도 했다는 일화도 공개됐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인이 11일 펴낼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의 주요 내용이 4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와 <시엔엔>(CNN) 등에 공개돼 워싱턴이 시끄러워졌다. 448쪽짜리 책은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을 경험한 행정부 관리 등을 수백 시간 동안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썼다. 책 제목(‘공포’)은 2016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가 우드워드와 한 인터뷰에서 “진짜 권력은, 이런 말 쓰고 싶지 않지만, 공포다”라고 한 말에서 따왔다.

이 책은 외교·안보와 경제 등 대외정책에서 도드라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배경지식 부족’, ‘즉흥성’,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러 일화를 담고 있다. 특히 한반도와 관련된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묘사돼 있다.

“트럼프 책상 위 한·미FTA 탈퇴서한
참모가 막으려 몰래 치웠지만 몰라…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암살 주장에
켈리 비서실장 ‘트럼프 바보’ 뒷담화”

지난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달쯤 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북한을 상대로 한 선제공격 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 말을 들은 던퍼드 합참의장이 크게 당황했다고 우드워드는 기술했다. 당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최종 단계”에 와 있고, “핵무장 중심의 선제공격 능력의 계속 강화”를 주장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당시 당선인)이 “북한은 미국을 타격할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맞서며 북-미 간에 ‘선제공격론’이 쏟아지던 때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을 때 참모들은 그 말이 김 위원장을 자극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리더 대 리더의 문제다. 사나이 대 사나이, 나와 김(정은)의 문제”라며 당시의 긴장 상황을 남자들 간 ‘의지의 대결’로 봤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밥 우드워드(오른쪽 사진)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의 표지. 워싱턴/AP 연합뉴스
밥 우드워드(오른쪽 사진)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의 표지. 워싱턴/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긴장이 여전히 이어지던 올해 1월1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미국이 왜 한반도에 자원을 써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는 등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무시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경우 알래스카에선 이를 감지하는 데 15분 걸리지만, 주한미군은 7초 만에 확인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이걸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장을 떠난 뒤 동료들에게 “대통령이 5~6학년처럼 행동했고, 그 정도의 이해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또 지난해 4월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이 민간인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 그를 죽여버리자. 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안보팀은 ‘암살’ 대신 시리아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선택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이런 대통령을 동료들에게 “바보”(idiot)라고 표현했다.

“남성성기 표현 써가며 오바마 모욕
법무장관엔 ‘정신 지체’라 말하기도”
트럼프, 파문 커지자 “조작” 반박
“우드워드는 민주당 공작원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막기 위해 참모들이 대통령 책상에서 몰래 서류를 빼돌린 일화도 담겼다.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하는 내용의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훔치는” 대담한 일을 벌였다. 콘 전 위원장은 나중에 동료들에게 “국가 안보를 위해 서한을 치웠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게 사라진 걸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의사를 내비친 지난해 9월쯤의 일로 추정된다. 나프타 또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롭 포터 비서관이 탈퇴 서한 초안을 썼지만, 콘 전 위원장은 포터에게 “내가 막겠다. 그 종이를 대통령 책상에서 치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과 자기 참모들을 가리켜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대화하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남성 성기를 뜻하는 표현을 써가며 “약해빠진 녀석”(weak dick)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정신적으로 지체돼 있다. 멍청한 남부 출신”, 라인스 프리버스 초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쥐새끼처럼 종종걸음 친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충돌한 일도 담겨 있다. 배넌이 이방카에게 “이곳에서 책임자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너는 ×× 직원일 뿐이야!”라고 하자, 이방카가 “나는 직원이 아니라 퍼스트 도터(대통령 딸)야!”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의 책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매티스 장관과 켈리 비서실장이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낸 성명과 “이 책은 날조한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어 “우드워드의 책은 매티스 장관과 켈리 비서실장에 의해 부정당했다. 그들의 발언은 조작됐고, 대중을 상대로 한 사기다. 다른 얘기와 발언들도 마찬가지다. 우드워드는 민주당 공작원인가? (중간선거) 타이밍을 노렸나?”라고 했다. 또 “내가 세션스 장관을 ‘정신적으로 지체됐다. 멍청한 남부 출신’이라고 했다는데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그리고 남부 출신이라는 것은 좋은 점이다. 우드워드는 분열시키려고 이걸 꾸며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책 원고를 완성한 때인 지난달 통화에서 우드워드에게 “나쁜 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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