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정대회 참석차 39년 만에 아일랜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5일 더블린에서 전용차량을 타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엔 최근 전세계 가톨릭교회에서 밝혀진 아동 성폭력 문제에 항의하는 내용이 적힌 펼침막이 보인다. 더블린/AFP 연합뉴스
미국과 칠레에 이어 독일 가톨릭 사제들도 약 70년 동안 3700명이 넘는 아동을 성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톨릭 성 추문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학대 예방 대책 마련 등을 위해 내년 2월 각국 주교 대표회의를 소집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12일 독일 가톨릭 27개 교구에서 발생한 성 학대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입수해 1946년부터 2014년까지 최소 3766명의 아동이 성직자에게 성 학대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절반 이상이 13세 이하였고,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가해 성직자 수만 1670여명에 달했다. 해당 보고서는 독일 주교회 의뢰로 기센대, 하이델베르크대, 만하임대학이 4년여간 조사한 내용을 담았고, 오는 25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이러한 피해 규모는 최근 드러난 각국 성 학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펜실베이니아 주 검찰은 지난달 14일 주내 6개 가톨릭 교구에서 1940년부터 최근까지 성직자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을 조사한 결과 가해 성직자만 300여명, 피해 아동은 1000명 이상이었다고 발표했다. 칠레 검찰은 지난 7월 1960년 이후 아동 178명을 포함한 총 266명에 대해 성적 학대를 저지르거나 은폐한 혐의로 가톨릭 성직자와 평신도 258명을 수사 중이란 사실을 공개했다.
독일 주교회 스테판 아커만 주교는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교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고 이런 일의 반복을 막으려고 이 연구를 했다. 드러난 성적 학대 규모에 매우 놀랐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톨릭 성직자 성 학대 논란이 거세지면서 교황청은 재발 방치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각국 사제 대표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는 내년 2월 21~24일에 교황청에서 열리며 각 나라 가톨릭 교회의 최고 결정 기구인 주교회의 대표들이 참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각국에서 성 학대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2013년 즉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0일 이례적으로 13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 앞으로 서한을 보내 “교회 공동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고, 제때 행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향후 이런 일의 재발과 은폐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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