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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투 1년…전자발찌 차고, 이혼소송 중인 가해자들

등록 2018-09-25 15:29수정 2018-09-26 13:19

와인스타인, 영화계 퇴출에 이혼소송
유죄 확정되면 최고 25년 징역형
빌 코스비도 전자발찌…최장 30년형 가능성
미투-위드유-타임스업으로 새 국면
‘연대’를 넘어 ‘예방’ 위한 행동으로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 ‘방송계의 거물’로 불리던 레스 문베스(68) 미국 <시비에스>(CBS) 회장이 9일 ‘미투’ 폭로로 인해 사임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1주년을 즈음해 벌어진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1995년 예능본부장으로 <시비에스>에 입사한 문베스는 <빅뱅이론> 등 히트작들을 잇따라 쏟아내며 <시비에스>의 ‘ 황금시대’를 연 미국 방송계 거물급 인사였다. 하지만 7월 여성 6명이 그에게서 성적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공개된 뒤, 8일 여성 6명의 추가 폭로가 나왔다. 문베스가 ‘구강 성교’를 강요하거나 자신들의 동의 없이 알몸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시비에스>는 후속 보도가 나온 지 3시간 만에 그의 퇴진을 결정했다. 미 방송계를 주름잡는 유력 인사가 미투 폭로 직후 해고된 사건은 미투 이전과 견줘 확 달라진 미국 사회 분위기를 대변한다.

■ 할리우드 쥐락펴락 제작자가 촉발시킨 미투…예술·문화계 거물들의 쓸쓸한 최후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초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6)의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시작됐다. 그는 <굿 월 헌팅>, <시카고>, <킬 빌> 등 할리우드 흥행작을 만든 영화제작자이다. 30여년 전부터 배우, 영화사 직원을 가리지 않고 자신과 성관계를 가지면 경력에 도움을 주겠다는 방법으로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내용의 <뉴욕타임스> 폭로가 나왔다.

이에 대해 와인스타인은 “합의에 따른 성관계였다”며 언론사 등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맞섰다. 이후 피해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첫 보도가 나온 지 2주 만에 50여명이 넘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증언이 나왔다.

용기 있는 여성들의 고발이 시작되자, 이를 응원하겠다는 의미의 위드유(#With You) 운동도 시작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프라 윈프리, 휴 잭맨 등 유명 배우와 방송인들이 이 운동을 지지하며 미투는 미국 사회를 집어 삼킨 거대한 ‘들불’이 됐다.

하비 와인스틴(가운데)이 지난 5월 말 수갑을 찬 채 미국 뉴욕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하비 와인스틴(가운데)이 지난 5월 말 수갑을 찬 채 미국 뉴욕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시엔엔> 누리집 갈무리
와인스타인은 곧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후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와인스틴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사실상 영화계에서 퇴출당한 것이다. 그는 올 1월엔 부인이던 패션 디자이너 조지나 채프먼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했다. 그가 지불할 위자료가 약 2000만 달러(약 22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주 맨해튼지방검찰은 첫 폭로가 나온 지 7개월만인 지난 5월 와인스타인을 1급 성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에 체포됐던 그는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그러나 그의 몸엔 전자장치가 부착됐다. 그의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거물이 희대의 성범죄자로 추락한 것이다.

<코스비 가족>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던 빌 코스비(왼쪽) <엔비시> 누리집
<코스비 가족>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던 빌 코스비(왼쪽) <엔비시> 누리집
미국의 ‘국민 아버지’로 불리던 빌 코스비도 전자발찌를 찬 ‘연쇄 성폭행범’으로 전락했다. 코스비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5년이었다. 그에게 성폭행 등을 당했다고 호소한 여성은 무려 35명이었다.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코스비는 인기를 등에 업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약과 술을 먹인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건이 공소시효가 끝났거나, 재판이 열려도 배심원들이 평결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의 여파로 지난 4월 말 코스비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세 건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피했지만,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가택 연금에 처해졌다. 그는 발목에 지피에스(GPS) 위치추적장치를 차야 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새겨진 코스비의 별에는 ‘성폭행범’이라는 낙서가 적혔다. 수십년간 쌓아 온 그의 명성은 바닥에 떨어졌다. 법조계에선 코스비가 각 혐의에 징역 10년씩, 최장 3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한 아버지 같은 웃음으로 안방 극장을 사로 잡던 노배우는 남은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출연한 케빈 스페이시(왼쪽). 출처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 출연한 케빈 스페이시(왼쪽). 출처 넷플릭스
미투 운동은 할리우드 최고 신스틸러인 케빈 스페이시(59)도 추락시켰다. 그의 민낯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알려진 배우 안소니 랩의 폭로로 드러났다. 14살이던 랩을 스페이시가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되자 또 다른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동성애자인 스페이시는 현재까지 남성 3명 등 총 5명을 성폭행한 가해자로 지목됐다.

스페이시는 출연하고 있던 대부분의 작품에서 퇴출당했다. 출연 중인 <하우스 오브 카드>에선 그가 갑자기 죽는 것으로 줄거리가 바뀌었다. 2월 개봉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올 더 머니>에서는 스페이시 출연 장면이 전부 삭제됐다. 17일 개봉한 스페이시 출연작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은 개봉 첫날 단돈 126달러(약 14만원) 수익을 올리는 굴욕을 당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주요 영화 가운데 역대 최악의 흥행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아마존 스튜디오 최고경영자 로이 프라이스, 코미디언 루이스 시케이(C.K) 등 성폭력 사실이 폭로된 유명인사들도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이들은 현업에서 쫓겨나거나 작품 활동을 못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수많은 권력자의 숨은 민낯을 드러냈고, 이들에 대한 법적·사회적 처벌을 이끌어 냈다.

■ 미투·위드유, 성폭력 인식 변화 이끌어…‘타임스 업’ 운동으로 새 국면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내 삶을 바꾸는 성 평등 민주주의’ 여성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내 삶을 바꾸는 성 평등 민주주의’ 여성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미투·위드유 운동은 실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엠티브이>(MTV) 인사이트 리서치가 18~25살 미국인 18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남성 3명 중 2명은 미투 운동 이후 사회 전반의 성차별적인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 남성의 절반이 성폭력으로 여겨질 수 있는 데이트 방식을 바로 잡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처벌 비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뉴욕 소재 컨설팅업체 테민이 지난 6월 국제 뉴스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인물 가운데 해고 등의 징계가 이뤄진 비율은 지난해 10월 20%에서 올해 5월 40%까지 상승했다. 미투·위드유 운동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고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처벌을 이끈 것이다.

미투·위드유 운동은 ‘타임스 업’으로 번져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타임스 업은 배우, 프로듀서, 작가 등 할리우드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300여명이 성추행, 성폭력, 성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메릴 스트립, 나탈리 포트만, 엠마 스톤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오프라 윈프리 같은 유명 방송인이 참여했다. 지난 1년 동안 ‘미투’는 사회의 연대를 뜻하는 ‘위드유’를 넘어 성폭력을 예방하고 여성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인 ‘타임스 업’으로 성장했다. 많은 사람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현실을 바꿨고,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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