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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약탈하면 쏴라” 발포령…“쓰나미 또 온다” 유언비어까지

등록 2018-10-04 17:22수정 2018-10-04 22:13

늑장구호에 술라웨시섬은 생지옥

지반 약해 중장비 접근 어려워
건물 잔해 쑥대밭 그대로
“먹을 것 달라” 주민들 아우성
주유소 앞 긴줄…생필품 약탈 번져
지난달 28일 강진과 쓰나미로 큰 타격을 입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시의 무너진 집터에서 4일 한 소녀가 냄비, 플라스틱 용기 등 쓸 수 있는 물품들을 줍고 있다. 팔루/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강진과 쓰나미로 큰 타격을 입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시의 무너진 집터에서 4일 한 소녀가 냄비, 플라스틱 용기 등 쓸 수 있는 물품들을 줍고 있다. 팔루/로이터 연합뉴스
“깨끗한 물과 먹을 것을 달라!”

길거리로 쏟아져나온 이재민들의 아우성이 마을 곳곳에 울려퍼졌다. 집과 상점 등 마을 전체가 흙더미에 묻힌 상황에서 생필품을 얻기 위해 땅을 파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작은 상자를 들고 도움을 청하며 거리를 떠돌고 있다. 굶주림에 지친 이들은 생필품을 약탈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4일 전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시의 모습은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혼란과 악재가 또다시 쓰나미처럼 몰려오며 참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아름다운 해안 도시 팔루는 흙더미에 파묻힌 회색빛 도시로 변했다. 무너진 건물들과 곳곳에 쌓인 잔해들로 쑥대밭이 된 모습에서 쓰나미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다. 800여가구가 모여 살던 팔루시 발라로아의 한 마을은 진흙과 건물 잔해에 완전히 파묻혔다. 하지만 지진으로 약해진 약한 지반 탓에 중장비의 접근이 어려워 구조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강진과 쓰나미로 인해 흙더미에 파묻힌 술라웨시 섬 팔루 시의 해안 마을에 인도네시아 국기가 꽂혀 있다. 팔루/ AFP 연합뉴스
강진과 쓰나미로 인해 흙더미에 파묻힌 술라웨시 섬 팔루 시의 해안 마을에 인도네시아 국기가 꽂혀 있다. 팔루/ AFP 연합뉴스
살아남은 이들은 또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식량, 식수,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잃은 수천명의 이재민은 고지대로 올라가 천막을 치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정전이 된 마을의 주유소 앞에는 발전기를 돌릴 기름을 얻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산간 지역으로 피난한 한 주민은 <아사히신문>에 “다소 늦는 것은 이해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3일 피해 지원을 위해 긴급대응자금 중 1500만달러(약 169억원)를 우선 배정했고, 국제적십자도 기금 2200만스위스프랑(약 250억원)을 조달할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을 비롯한 20여개국이 구호 지원 의사를 전하는 등 구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구호물자 수송과 도착이 늦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물과 식량을 얻으려는 주민들이 문을 닫은 상점들을 약탈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초기엔 이를 어느 정도 묵인했지만, 가전제품과 가방 등으로 약탈 대상이 확산되자 군경을 투입해 치안 확보에 나섰다. 급기야 4일 팔루 지역 군사령관에게서 “약탈이 반복되면 사격을 하라”는 발포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과 쓰나미 발생 후 굶주리는 이재민들 사이에 약탈이 심각한 상황에서 4일 군경이 상점 주위에 배치돼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팔루/ AFP 연합뉴스
지진과 쓰나미 발생 후 굶주리는 이재민들 사이에 약탈이 심각한 상황에서 4일 군경이 상점 주위에 배치돼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팔루/ AFP 연합뉴스
유언비어까지 횡행해 혼란과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규모 8.1의 강진과 쓰나미가 곧 팔루를 덮친다”는 ‘가짜 뉴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현직 팔루 시장이 숨져 복구 작업을 지휘할 사람도 없다는 소식도 퍼졌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유언비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작해 주민들 입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잘못된 소문을 반박하는 자료를 내면서, 가짜 뉴스를 의도적으로 퍼트린 자를 체포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이 집계한 공식 사망자 수는 4일 현재 1407명(실종자 113명 제외), 붕괴·파손된 가옥은 6만6000여채다. 이재민 수는 20만명이다. 전문가들은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더는 생존자 구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아직 접근이 이뤄지지 못한 지역의 희생자를 포함하면 사망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화보] ‘불의 고리’ 인도네시아 강진·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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