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반갑습니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좋은 만남 뒤에 식사를 함께할 수 있으니, 이런 기회가 있어 매우 기쁩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사적인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넉달 만인 7일 얼굴을 마주한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은 서로에게 따뜻한 덕담을 건넸다. 김 위원장과 회담이 불발됐던 7월 초 3차 방북 때와는 사뭇 다른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실패’로 끝난 3차 방북 직후인 7월7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강도적’이라고 비난했고, 북-미는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처(핵 리스크 공개)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종전선언)를 둘러싸고 석달 가까이 대치를 이어갔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 이날 회담 분위기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이 두시간에 걸친 회담을 끝낸 뒤 함께 오찬을 했다”고 전했다. 둘은 평양 백화원영빈관의 오찬장으로 이동하며 카메라 앞에서 악수를 했고,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찬장에서도 김 위원장은 “두 나라에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좋은 날이었다”며 이날 회담의 성과를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위대한 방문” “매우 성공적인 아침”이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화답했다. 오찬은 약 90분 동안 이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4차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7월 초 3차 방북 때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이후 북-미 간에 두달에 걸친 협상 교착이 이어진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갈무리
8월 말 한차례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처와 미국의 상응조처 사이의 ‘빅딜’ 성사 여부를 가를 중대 분기점으로 꼽혀왔다. 또 이번 방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정해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동아시아 순방을 위해 5일 미국을 출발한 뒤 전용기 안에서 “우리는 (도달해야 할) 최종 상태를 안다. 그것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4가지 요소로 제시됐다”고 밝혔다. 북-미는 당시 공동선언을 통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지향 △전쟁포로·실종자 유해 발굴·송환 등의 내용을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그러나 (문제는) 서로가 어떻게 그곳에 접근하려 하는가, 우리가 어떻게 (두 정상이 만든) 약속을 실현하는가”라며 북-미 사이에 비핵화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두고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깊은 의심을 품었다면, 이제는 비핵화의 ‘방법론’이라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로 갈등의 성격이 바뀐 것이다. 이는 70여년 동안 적대해온 북-미가 이뤄낸 상당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언론들도 북-미 교착의 핵심에 있는 것은 비핵화로 다가가기 위한 양쪽 접근법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핵·미사일 시설을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남북은 이는 현시점에서 ‘비현실적인 목표’라며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맞춰 ‘단계적 상응조처’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으로 북-미 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2차 정상회담을 결심할 수 있을 만큼 ‘상호이해’가 깊어지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에 동행한 한 국무부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지난번 회담보다는 좋았다”, 그러나 북-미의 비핵화 협상은 “긴 여로(long haul)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심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장소 확정 문제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5일 “(이번 회담에서) 다음 정상회담을 준비하려 한다”면서도 “복잡한 스케줄과 실행 계획 등의 문제로” “(2차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아마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 언론에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회담의 성과를 언론에 알리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결과를 알리기 원한다”고 말했다. 결국, 4차 방북의 결과는 폼페이오 장관이 8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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