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노동자 절반 하루 2달러도 못벌어”
세계화시대, 경제 성장은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 수입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국제노동기구(ILO)가 9일 보고서에서 밝혔다.
국제노동기구는 2년마다 내는 ‘노동시장 주요지표’ 보고서에서 1999~2003년 사이 전세계 평균 국내총생산(GDP)이 1% 높아질 때마다 고용률은 0.3%밖에 늘지 않아 1995~1999년의 평균 0.38%에 비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세계 노동자 가운데 절반(13억8천만명)은 가족들의 생활에 필요한 최저선인 하루 2달러의 수입도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늘어도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선 국내총생산이 1% 증가할 때마다 고용률이 0.5~0.9% 높아져 일자리는 다른 지역보다 더 늘었지만, 대부분 자영업이나 농업 부문 등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여서 소득 증가는 미미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1994~2004년 사이에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노동자가 2800만명 늘었다. 동아시아 지역만 경제 성장이 고용과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며 빈곤이 줄었다.
보고서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주요 문제는 실업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수많은 근로자들이 아주 적은 임금으로 장시간 노역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안 소마비아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은 “세계화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더 나은 일자리나 수입 증대 등 노동자를 위한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으며,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정책의 주요 과제가 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1990~2000년에 숙련 노동자의 임금은 저숙련 노동자보다 훨씬 빠르게 늘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보고서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비교적 빠르게 향상됐으나 임금 상승으로 노동비용 또한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임금 수준이 하락하면서 미국 등과의 제조업 임금 격차가 줄었으며, 올해 엔-달러 환율 상승과 생산성 향상으로 제조업 상황이 좋아졌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생산성이 향상되기는 했지만 미국과의 생산성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여성의 노동 참여는 계속 늘고 있으나, 저임금 파트타임 노동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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