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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중거리핵전력조약’ 폐기 방침…미·중·러 달아오르는 신냉전

등록 2018-10-21 16:28수정 2018-10-21 20:33

트럼프 유세서 “협정 폐기하고 탈퇴 예정”
“러시아·중국 무기개발하는데 우리도 해야”
중국의 서태평양 군사력 증강 대응 의도도
NYT “트럼프, 몇주안에 공식 서명할 듯”
도널드 드럼프 미 대통령이 20일 네바다주 엘코에서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뒤 기자들에게 1980년대 후반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을 파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엘코/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드럼프 미 대통령이 20일 네바다주 엘코에서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뒤 기자들에게 1980년대 후반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을 파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엘코/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번주 러시아 방문 과정에서 1980년대 후반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아이엔에프)의 파기 방침을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어서, 냉전 해체의 상징적 첫발로 여겨졌던 아이엔에프의 파기가 미·중·러 강대국 간 군비 경쟁을 초래해 ‘신냉전’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네바다주 엘코에서 중간선거 지원 유세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협정(중거리 핵전력 조약)을 폐기하고 탈퇴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협정을 존중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이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만 협정을 준수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며 “우리도 해당 무기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뉴욕 타임스>도 19일 복수의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이 이번주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아이엔에프 파기 계획을 통보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몇주 안에 조약 파기에 공식 서명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아이엔에프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워싱턴에서 맺은 조약으로, 양쪽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이엔에프 파기 방침은 직접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고조되는 ‘반 러시아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미국과 러시아 간에 조약 위반 여부를 두고 상호 신경전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SSC-8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가 쟁점화되고,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올해 들어 부쩍 심화되고 있는 상황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조약 서명국이 아니기 때문에 중거리 미사일을 제한 없이 개발해왔지만 미국은 조약에 발이 묶여 있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이 개발한 중거리미사일에 대응할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과도기적으로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잠수함 등에서 발사하던 기존 미사일을 지상발사형으로 개량하고 있으며 이를 일본이나 괌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밝혔다.

아이엔에프 파기는 유럽 등 각 지역에서 연쇄적인 안보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를 지낸 스티븐 파이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구소 누리집에 “모스크바는 아무런 제약 없이 SSC-8 순항미사일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마음껏 배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조약 파기가 되레 유럽의 안보 위험을 증가시켜, 독일 등 유럽 각국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군비를 증강하려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은 1987년 12월 미국과 소련 간에 체결된 군축협정으로, 두 강대국 간 군비 경쟁의 상징이었던 사거리 500~5500㎞인 지상발사형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1991년 6월까지 미국은 846기, 러시아는 1846기 등 모두 2692기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을 폐기했으며, 유럽 안보의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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