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5월30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만찬을 하면서 건배하고 있다. 왼쪽 둘째는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임무 센터장이다. 미국 국무부 제공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다음주 후반께 미국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 19일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북-미 고위급 회담을 미국 중간선거(11월6일) 직후인 다음주 후반께 미국에서 여는 방향으로 북-미가 사실상 조율을 마쳤다고 30일 전했다. 장소는 주유엔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일 가능성이 높고, 워싱턴도 거론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0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가 북-미 고위급 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28일 한국에 온 비건 특별대표는 29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5월30일 만찬장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왼쪽)에게 창밖을 가리키며 뉴욕 시내를 설명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제공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 “일주일 반쯤 뒤(10월 말)에 나와 북한 카운터파트가 만나는 고위급 회담을 여기에서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북-미는 10월 말께 고위급 회담을 여는 쪽으로 추진했으나 미국 쪽 사정으로 늦췄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과 만날 북한 쪽 상대는 김영철 부위원장일 가능성이 높다.
김 부위원장은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5월 말~6월 초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한 뒤 워싱턴으로 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 부위원장이 다음주 말께 고위급 회담에 나서면 두번째 방미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1차 세계대전 종전 100돌 기념식(11일)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장소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2일 정상회담 시기는 “내년 1월1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소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과 싱가포르가 아닌) 3~4곳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스위스나 스웨덴 등 유럽의 중립적 제3국 개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상응 조처에 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초청과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해체 의사를 밝혔으며, 미국의 상응 조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 폐기 뜻도 표명한 상태다. 북한은 미국에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함께 제재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나, 미국은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비핵화-상응 조처 문제는 다음달 고위급 회담 뒤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후속 실무회담에서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30일 오후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 전반을 논의하며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 과정에서 양국의 긴밀한 공조·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이틀에 걸쳐 자신의 대화 상대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에도 청와대 안보실장과 비서실장, 통일·외교 장관 등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직을 두루 만난 셈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에 앞서 정부서울청사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찾아가 “우리(한-미 양국)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며 “이런 전제 아래 우리가 협력할 많은 일들이 있는데, 미국 정부와 통일부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30일) 밤 나는 외교부의 대화 상대(이도훈 본부장)를 (8월23일) 내가 이 임무를 맡은 이래 14번째로 만난다”며 “이 모든 것은 미국과 한국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비건 대표의 방문을 계기로 남북 및 미-북 관계 진전과 관련해 양국의 긴밀한 협력 방안을 협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노지원 기자,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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