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왼쪽)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과 노르웨이의 호콘 왕자가 11일 저녁 평화상 수상 축하공연장에서 관중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오슬로/AFP 연합
“핵보유국도 핵군축 조처 취해야”
“인류의 자기파멸을 피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집단적 의식 속에서 핵무기의 자리를 없애고 안보에서 차지하는 핵무기의 구실을 없애야 한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3) 사무총장은 10일 오슬로에서 열린 올해의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행한 기념 강연에서 “핵무기를 노예제나 대량학살과 같은 ‘금기사항이자 역사적 변태’로 보는 데까지 도달할 필요가 있다”며 핵무기 폐기를 주장했다. 그는 “핵기술이 널리 확산된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핵무기에 계속 의존하는 한 핵무기는 다른 나라에 점점 더 매력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더는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획득하지 못하게 하고 △핵 보유국도 핵군축을 향한 확고한 조처를 취해야 하며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안보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냉전 종식 15년이 지났음에도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무기를 즉각 사용 가능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미국 등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에 부여한 전략적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핵문제 해결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벨 평화상이 국제원자력기구와 자신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안보와 발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5년 전 냉전이 종식되었을 때 인류적 연대에 기초한 새로운 세계질서를 바랐지만, 그런 목표에는 근접하지도 못하고 남과 북, 빈국과 부국 사이 문제 등을 여전히 안고 있다”며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와의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앞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시상식 직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적절한 시기에 나를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말을 지난달 들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엘바라데이 총장과 국제원자력기구는 130만달러의 상금을 반분하며, 엘바라데이는 모국인 이집트에서 처제가 운영하는 고아사업에 상금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했고,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는 이 상금으로 ‘국제원자력기구 노벨 암·영양 재단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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