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국제앰네스티, 아웅산 수치에 “더는 희망의 상징 아니다”

등록 2018-11-13 11:33수정 2018-11-13 20:52

2009년 수여했던 ‘양심대사상’ 박탈
“로힝야족에 대한 잔혹행위 침묵 일관”
민주화운동 상징서 냉혹한 독재자로
앞서 캐나다·옥스퍼드 등 명예시민 취소
“5·18 광주인권상도 철회하라” 압박 커져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권력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의 부속행사인 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권력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의 부속행사인 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오랜 기간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로서 영예를 누렸던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최근 몇년새 미얀마의 ‘자랑’에서 미얀마의 ‘수치’로 처지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앰네스티는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에게 2009년 가택연금 당시 수여했던 최고상인 양심대사상(Ambassador of Conscience Award)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쿠미 나이두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수치에게 보낸 서신에서 “당신이 더는 희망과 용기, 영원한 인권 수호의 상징이 아니라는 사실에 크나큰 실망을 감출 수 없다”며 “국제앰네스티는 당신이 양심대사상 수상자로서 자격을 유지하는 것에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 이에 침통한 마음으로 당신의 양심대사상 수상을 박탈한다”고 통보했다.

이처럼 전격적인 수상 철회는 아웅산 수치 자문역이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인종청소에 가까운 학살과 성폭행, 마을 파괴와 추방 등 반인권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관해왔다는 이유에서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도이자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시민권은커녕 기본적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학살과 추방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수치 자문역이 자신의 정치적, 도덕적 권위를 미얀마의 인권과 정의 및 평등 수호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점에 실망했다”며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잔혹행위에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6월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가운데)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버마 콘서트에 참석한 자리에서 2009년 국제앰네스티에게 받은 양심대사상 수여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더블린/EPA 연합뉴스
2012년 6월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가운데)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버마 콘서트에 참석한 자리에서 2009년 국제앰네스티에게 받은 양심대사상 수여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더블린/EPA 연합뉴스
앰네스티는 아웅산 수치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과 ‘억압적인 법률 폐지의 실패’도 문제 삼았다. 앰네스티는 이날 공식성명에서 “군부가 휘두르는 힘이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는 인권 증진을 위해, 특히 표현과 결사, 평화적 집회의 자유와 관련된 개혁안을 제정할 수 있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아웅산 수치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2년 동안 인권옹호자와 평화적 활동가, 그리고 기자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이유로 체포, 수감되거나 위협, 괴롭힘, 협박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웅산 수치가 본인을 비롯해 민주주의와 인권 활동가들을 구금하는 데 사용되었던 법률의 집행을 오히려 적극 지지했으며, 특히 미얀마군의 학살을 기록하던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을 기소하고 구금한 판결에사도 관련 법률을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아웅산 수치는 1988년 미얀마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정치적 결사체인 민족민주동맹(NLD)의 지도자로 선출된 이래 30년 가까이 자택연금과 해제가 되풀이되는 처지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구심으로 헌신했었다. 1988년 8월8일 미얀마의 전국적인 반독재 민주화 시위(8888항쟁) 직후 신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재장악한 직후부터 시작된 고난의 길이자 영광의 길이었다. 1991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도 받았다. 앰네스티는 그러나 11일 “아웅산 수치가 2016년 4월 (총선 승리로) 미얀마 정부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된 이후, 미얀마 정부는 다수의 인권침해 행위를 사주하거나 고착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 미얀마 군부에게 삶터에서 쫓겨나 난민촌 강제수용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지난해 10월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 미얀마 군부에게 삶터에서 쫓겨나 난민촌 강제수용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아웅산 수치에 붙여진 ‘명예’ 칭호의 철회·박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일에는 캐나다 의회가 ‘로힝야족 사태’의 수수방관을 이유로 아웅산 수치의 캐나다 명예시민 자격을 박탈했다. 캐나다 이날 캐나다 상원은 수치의 명예시민권 박탈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기 앞서, 그 전 주에는 하원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이로써 수치는 캐나다에서 명예시민 자격을 박탈당하는 불명예 1호로 기록됐다.

지난 8월에는 영국 에든버러시가 수치의 명예시민권을 박탈했고, 3월에는 미국 홀로코스트 추모 박물관이 수치에게 2012년 수여한 엘리 비젤 상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옥스퍼드 시의회가 1997년 수치에게 수여했던 명예시민 훈장을 20년만에 박탈했다. 수치가 유학했던 모교인 옥스퍼드대학교도 정문에 걸려있던 수치의 초상화를 떼어내고 ‘자랑스러운 동문’ 명단에서도 이름을 삭제했다. 한달 뒤인 12월엔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의 시의회도 수지의 명예시민권을 철회했다.

한국에서도 아웅산 수치의 명예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4년, 광주 5·18기념재단은 그에게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치는 2013년에 광주시의 초청으로 광주를 방문해 광주인권상과 함께 광주명예시민증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광주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아웅산 수치가 미얀마의 실권자이면서도 군부가 감행 중인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묵인해오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광주인권상은 수치”라며 수상을 박탈하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광주인권상 수상자에 대한 ‘수상 박탈론’이 나온 건 2000년 이 상이 제정된 이후 처음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