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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국 다녀간 국제사형폐지연맹 영국 대표 피터 호진킨스

등록 2005-12-13 20:00수정 2005-12-13 20:00

“사형 대신 ‘재심 가능한 종신형’ 바람직”
“사형제 폐지냐, 유지냐. 핵심은 그게 아니다.”

지난해 21명의 부유층 노인과 여성을 살해한 유영철씨 사건 이후 사형제도의 폐지 목소리가 ‘반짝’ 물위로 떠올랐었다. 이어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국회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아 ‘사형제폐지특별법안’을 내놓는 등 탄력을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사형제도의 폐지 주장은 금세 동력을 상실하면서 잊혀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세계적인 사형문제 전문가 피터 호진킨슨이 한국을 찾았다. 영국 외무부 사형전문위원단 일원이자 국제사형폐지연맹의 영국 대표이기도 한 호진킨슨은 사형제도에 관한 전세계적 논의의 결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0일 방한해 한국의 사형 및 행형 제도를 돌아본 뒤 13일 떠났다.

사형 존폐 논쟁보다 대체 논의를
“사람 바뀔수 있다” 는 믿음 중요
감정보다 법 이성으로 여론 이겨야

출국하기에 앞서 13일 기자와 만난 그는 “인간은 실수하게 마련이며, 판사에게도 오판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에서는 배심원이나 검사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혹은 가난·지역 등의 이유 때문에 잘못된 판결을 받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사형제 폐지가 강력범죄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사형제의 강력범죄 억제 효과를 증명한 연구 결과가 없다고 반박했다. 사형제가 이렇게 불완전하지만, 한 번 집행되면 되돌릴 수 없는 사형에 대한 논의가 다만 도덕적이냐 비도덕적이냐는 측면에 치우친 여론몰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나에게도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가 있다”며 “누군가 그들을 죽이거나 한다면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으로 국가나 체제의 냉정한 법 이성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도록 돕는 것이 법 이성의 역할이지, 억울한 감정을 빌미로 사형 존폐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완전한 지지를 받아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사형제 폐지는 여론을 극복해서 시행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그는 사형제도에 대해서 ‘폐지’라는 말 대신 ‘대체’라는 말을 쓰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사형제도를 ‘유지할 것이냐, 폐지할 것이냐’의 질문이 아니라 사형제도를 대체할만한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한국에서 거론되는 ‘가석방이나 감형 없는 종신형’에 대해 그는 “수형자에게 끝나지 않는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 오히려 인권존중에 반하고, 교정·교화의 이념과 조화되기 어려워 유엔에서도 자제를 권고하기도 해 도입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간 영국의 보호관찰기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들며, “사람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그는 1972년~95년 사이 보호관찰기관을 거쳐간 사람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른 비율이 9% 미만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그는 ‘재심 가능한 종신형’을 통해 죄수를 교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서는 교도소 시설을 향상시키고 교도관들의 배치를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사진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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