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500명 ‘반세계화’ 시위

바다 가른 “WTO 반대”세계무역기구 홍콩회의 개막일인 13일 오후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전세계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빅토리아공원에서 행진해 온 한국민중투쟁단 전농 회원 100여명이 개막 장소인 전시컨벤션센터(뒤에 보이는 건물)로 헤엄쳐가기 위해 바닷물에 뛰어들어 ‘WTO 반대’를 외치고 있다. 홍콩/장철규기자 [e-mail]

WTO 각료회의 개막… ‘농산물 교역’ 대립 심해 협상 힘들듯

세계 149개국 대표단이 참가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13일 홍콩에서 반세계화 시위와 함께 시작됐다.

다자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의제(DDA) 중간점검을 위해 세계무역기구 출범 이래 6번째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2006년 말까지 도하개발의제를 타결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원칙(모댈리티)과 협상일정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회원국들은 엿새 동안 농산물·비농산물(NAMA·공산품)·서비스 시장 개방, 반덤핑 규범, 무역 원활화, 지적재산권 보장 등을 논의한다.

가장 뜨거운 쟁점인 농산물 교역에 대해선 부국과 빈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태도여서 협상 타결 가능성이 낮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부유한 국가들이 막대한 농업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농산물을 덤핑 수출하면서도, 수입 농산물 관세 감축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아 가난한 농업국들의 수출길은 막혀버렸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피터 만델슨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2일 “내 임무는 유럽연합 농업정책(CAP) 전체를 지키는 것”이라며 농업보조금을 삭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보도했다.

농산물 수입국그룹(G10)에 속해 있는 한국 협상단은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개도국에만 적용되는 ‘특별품목(SP)’에 국내 핵심 농산물을 포함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반세계화 시위대의 ‘중심’으로 개막 전부터 홍콩 당국의 민감한 주목을 받았던 한국 농민과 노동자 1500여명은 일본, 인도, 필리핀, 브라질에서 온 시위대 1천여명과 함께 이날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등 농민 1200명을 포함한 한국 민중투쟁단은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에 반대해 자살한 농민 고 이경해씨 추모식에 이어, 꽹과리와 북을 두드리며 “다운 WTO” “WTO를 투쟁으로 분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광훈 투쟁단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세계의 부와 자원을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에 집중시키고 농민과 민중들의 삶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농민 100여명은 이날 오후 경찰이 에워싼 회의장 컨벤션센터에 헤엄쳐 진입하기 위해 구명복을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9000여명의 병력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한국민중투쟁단은 비폭력적 합법 시위를 벌이겠다고 강조했는데도 호텔 예약이 취소되는 등 당국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항의했다.

박민희 기자, 홍콩/연합뉴스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