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북한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협의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북-미 최고 지도자가 긍정적 메시지를 잇따라 발신하며 두번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염두에 둔 곳이 있느냐’고 묻자 “우리는 장소를 협상하고 있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와 만나고 싶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 매우 분명히 밝혔다”며 “그들은 우리를 만나고 싶어하고, 우리도 그들을 만나고 싶어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말하지만, 로켓이 없다. 우리는 북한과 매우 잘하고 있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간접적으로 대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지금 아시아에서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매우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잇따르면서, 정상회담 시기·장소 발표가 실제로 임박한 것인지 주목된다. <시엔엔>(CNN)은 3일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말 후보지들에 답사팀을 파견했다며, 미국은 아시아 국가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미국 하와이 등이 거론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짧은 기간 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나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두 사람이 만날 때 진정한 진전을 만들어내고 미국과 세계를 향한 위협을 없앨 수 있는 조건을 설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핵심 의제인 비핵화 및 상응 조처와 관련해 북-미가 절충을 이뤘다거나 이를 위한 고위급 또는 실무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동결 의사를 고리로 삼아 협상 진전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무기의 생산·시험·사용·전파를 하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실천적 조치를 해왔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면적 핵 동결 의사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대북 제재는 여전히 전면적으로 유효하고, 우리가 뭔가 매우 확실한 증거를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라는 기존 입장보다는 다소 유연해진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북-미가 1차 때처럼 이번에도 정상회담 시기·장소를 우선 발표하고 의제를 협상해나가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남 자체에 의미가 컸던 1차 때와 달리, 두번째 정상회담에서는 의제에서 구체적 진전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 방안은 위험 부담이 크다.
비핵화와 상응 조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북-미 최고 지도자가 우호적 레토릭만 교환하는 기간이 늘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25일에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할 것이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고, 12월1일에도 ‘1~2월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세 군데 장소를 검토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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