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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끊임없는 사과, 기억, 행동…” 독일-이스라엘 대사가 말한 화해의 길

등록 2019-01-22 17:51수정 2019-01-23 08:55

슈테판 아우어 독일 대사, 하임 호셴 이스라엘 대사 인터뷰
홀로코스트는 독-이 모두에게 “도망칠 수 없는 악몽”
양국 화해는 ‘기적’… 정치적 노력-기억 위한 후속 행동의 산물
“홀로코스트 교훈 되새겨 난민혐오 막아야”
“한-일도 과거사 딛고 화해의 길 걷게 되길”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왼쪽)와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왼쪽)와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와 기다리고 있던 남성의 손을 꼭 잡았다. 볼을 맞대고 포옹한 뒤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한 친구의 모습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와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대사다. 서로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소개했다. “진심으로 (독일이) 사과했고, 화해한 결과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왼쪽)와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 대사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왼쪽)와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 대사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계 홀로코스트 추모의 밤’ 행사가 열린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주한독일문화원에서 양국 대사를 만났다. 유엔총회는 2005년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해방된 1월27일(1945년)을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양국 대사관은 이날을 기념해 2017년부터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아우어 대사는 “홀로코스트 같은 역사적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독일 나치에 의해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을 슬프게 생각한다”는 사과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 행사를 “70여년 전 발생한 홀로코스트에 대해 양국이 계속 사과와 화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기억해 다시는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다짐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박종식 기자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박종식 기자
홀로코스트는 양국에 “도망치기 힘든 악몽”이다. 나치가 2차대전 때 자행한 조직적 학살로 유럽 거주 유대인 900만명 중 6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대사는 자국민들이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호셴 대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과 그 친구들 모습을 보면서 자란다. 이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배우고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우어 대사는 독일인 대부분이 교육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자신의 어머니 쪽 가족도 나치에게 박해를 당한 아픔을 갖고 있다고 했다.

두 대사는 양국이 ‘친구’가 된 과정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콘라드 아데나워 당시 서독 총리가 1952년 룩셈부르크합의에 서명하며 배상금 지급을 약속할 때 이스라엘에서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다비드 벤구리온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유대인들의 반독 감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은 계속 사과하며 10년에 걸쳐 배상 약속을 이행했다. 아우어 대사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훌륭한 정치인들이 있었고,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후속 노력이 이어졌다. 독일은 학교 교육을 통해 홀로코스트를 배우고 기억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양국이 화해했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 박종식 기자
하임 호셴 주한 이스라엘 대사. 박종식 기자
양국 대사는 최근 유럽에서 되살아나는 난민 혐오와 반유대주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지지 기반을 넓히는 등 각국에서 극우 세력이 부상하면서 금기시되던 인종 혐오가 발호하는 분위기다. 아우어 대사는 “특정 정치 세력들이 반난민 정서를 자극해 쉽게 표를 얻기 위해 여론을 만든 결과”라며 “세계 어디에서도 사람을 인종, 종교 등으로 구분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게 바로 홀로코스트의 교훈이고, 우리가 오늘 홀로코스트를 추모하기 위해 여기 모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도 아픈 과거사를 딛고 화해의 길로 가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주일 이스라엘대사관 공사를 지낸 호셴 대사는 “한국인들이 일본 식민지 시대에 매우 힘든 시간을 겪은 것을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언어나 문화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언제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좋은 정치와 지금처럼 활발한 교류가 이어진다면 한-일도 완전한 화해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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