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저녁 7시께(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친교 만찬에서 원탁에 둘러 앉아 있다. <연합뉴스>
27일 저녁 7시께(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이 친교 만찬을 위해 핵심 참모진들과 함께 원탁에 둘러 앉았다. 만찬은 ‘3+3’ 형태지만, 두 정상 바로 옆엔 2명의 통역이 추가로 앉아 있다. 미 백악관 트위터 계정 갈무리
지난해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단독·확대 회담을 마친 뒤 업무 오찬을 막 시작하려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 간 핵 담판에 앞서 이뤄진 ‘친교 만찬’(Social dinner)은 상대적으로 작은 원탁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란히 붙어 앉은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두 나라 정상이 함께 식사하는 것은 두번째인데, 지난번보다 배석자 수가 줄어들면서 훨씬 친밀해진 좌석배치가 도드라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저녁 7시(한국시각 저녁 9시)께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친교 만찬을 시작했다. 이번 만찬 식탁은 예상보다 작고 배석자들이 앉아 있는 간격도 상당히 가까운 점이 눈에 띄었다.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나란히 앉았는데, 몸을 숙이면 닿을 듯 가깝게 얘기할 수 있는 위치로 보였다. 원탁에서도 서로 떨어져 마주 보지 않고 붙어 앉은 모양새를 연출한 셈이다. 두 정상의 양쪽엔 각각 통역이 배치됐다. 이른바 ‘친근감’과 ‘친교’를 강조하며 분위기를 한껏 부드럽게 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이뤄진 업무 오찬(Working lunch) 땐 길고 커다란 직사각형 식탁에 양쪽이 마주 보고 앉은 모습이었다. 당시엔 긴 식탁에 흰색 꽃장식이 양쪽의 영역을 갈라놓는 듯 배치됐다면, 이번엔 가운데 꽃을 중심으로 양쪽 배석자들이 ‘도란도란’ 둘러앉는 좌석 배치가 이뤄졌다.
센토사 섬 업무 오찬은 정상들의 단독·확대 회담을 마치고 사실상 협상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하노이 친교 만찬은 본격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로의 생각을 가늠하는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 실제 센토사 섬 오찬 참석자 규모는 미국 7명, 북한 8명으로 모두 15명에 이르러, 내밀한 이야기는 나누기 어려운 성격의 자리였다. 그러나 하노이 만찬은 정상들과 2명의 통역을 빼고 두 나라 참모진이 각 2명씩이 배석하는 ‘3+3’ 형태여서 훨씬 더 단출했다. 이에 좀 더 친밀한 분위기에서 밀착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원탁 형태의 좌석 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찬장은 메트로폴 호텔 1층의 연회장인 ‘라 베란다’로, 한쪽 벽면엔 통유리 창문이 설치돼 수영장과 정원 전경을 내다볼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연회장 면적은 184㎡(55.6평), 천장까지 높이는 2.8m다.
이날 만찬에 앞서 김 위원장은 “(일대일 환담 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부분을 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면 다들 아마 돈 내고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만찬은 애초 저녁 7시부터 1시간30분 정도 이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8시35분께 호텔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만찬이 길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계획보다 13분 늦은 8시48분께 호텔을 출발했다.
이번 만찬 메뉴는 행사가 끝난 뒤에야 알려졌다. <에이피>(AP) 통신은 “(만찬) 메뉴에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을 뿌린 새우 칵테일과 배속김치를 곁들인 양념 등심구이, 베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초콜릿 케이크, 곶감을 넣은 수정과가 나왔다”며 “백악관은 (수정과에 대해) 곶감과 꿀을 넣은 달콤한 전통 음료라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양식과 한식이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지난번 센토사 섬 오찬과 유사하지만, 음식 구성은 좀 더 간소해진 것으로 보인다. 센토사 섬 오찬 땐 첫 정상회담의 상징성을 반영해 메뉴에 ‘화합’의 의미를 부여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전채요리, 주요리, 후식으로 이어지는 3단계 코스 요리가 나왔는데, 전채와 주요리는 모두 양식·한식·현지식으로 구성해 회담 당사국과 개최지를 제공한 싱가포르가 어우러지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전채요리는 새우 칵테일(양식), 오이선(한식), 그린망고 샐러드(현지식)로 구성되고, 주요리는 와인소스 소갈비(양식), 대구조림(한식), 양저우식 볶음밥과 탕수육(현지식)이 나오는 식이었다.
앞서 미국 쪽이 통상적으로 화려한 상차림을 하는 ‘만찬’의 성격과 달리 간소한 저녁 차림을 강력하게 희망하면서 메뉴 선정을 둘러싸고 양측이 견해차를 보이는 것 같은 정황도 전해졌다. 이날 미 <시엔엔>(CNN)은 정상들의 만찬 계획을 알 만한 소식통을 인용해 “(만찬) 몇 시간 전까지 셰프가 메뉴 승인을 받는 데 고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양국 관리들, 특히 미 백악관 쪽이 메뉴가 ‘대단히 간소해야 한다(Super simple)’고 계속해서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중요한 담판을 앞두고 화려한 상차림보다는 좀 더 실무적인 메뉴를 원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이와 관련해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는데, 서로 다른 음식 취향 탓에 벌써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관리들은 만찬 식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게 ‘대단히 간소해야 한다’고 끼어들었는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다 알다시피 맥도날드 빅맥이다”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전례와 달리 미 백악관이 일찌감치 메뉴를 공표하지 못한 데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 셈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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