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병대 출신인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이 2월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대사관 감시카메라에 찍힌 이 사진은 미국 연방검찰이 제공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2월에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자유조선’ 회원들의 대담한 행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미국 해병대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인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38)의 공소장과 구속영장이 공개되면서다.
23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에서 열린 크리스토퍼 안의 공판에서 판사는 검찰 문서의 공개를 결정했다. 북한대사관 침입을 주도한 뒤 도피한 에이드리언 홍 창과 18일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은 스페인 당국으로부터 주거침입, 불법감금, 협박, 폭력을 수반한 강도, 상해, 조직범죄 등 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을 보면, 7명으로 이뤄진 일행은 2월22일 오후 5시 마체테로 불리는 날이 넓은 흉기와 쇠몽둥이, 모조 권총을 지니고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도착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홍 창은 대사관 문을 두드려 소윤석 경제참사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이 그를 안으로 들인 뒤 자리를 비우자 홍 창은 문을 열어 나머지 6명이 들어오도록 했다. 이들은 대사관 직원들을 폭행하고 족쇄와 케이블로 결박했다. 소 참사를 화장실로 데려가 손을 뒤로 묶고 머리에 가방을 씌운 채 쇠몽둥이와 모조 총으로 협박하며 탈북을 종용했다고 한다. 소란이 이는 와중에 한 대사관 직원의 부인이 테라스를 통해 탈출하려다 떨어져 다치기도 했다.
이 부인의 요청을 받은 시민의 신고로 경찰관들이 대사관에 찾아왔으나, 홍 창은 태연하게 북한 지도자의 얼굴 사진 배지를 단 옷차림으로 자신이 책임자인 척하며 ‘아무 일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경찰에게 ‘북한 사람이 다쳤으면 영사관에 공식적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공소장에 나와 있다. 이들은 휴대폰,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등을 챙겨 밤 9시40분께 대사관을 떠났다. 4시간40분간 대사관에 머물며 내부를 뒤진 것이다.
크리스토퍼 안 등 5명은 훔친 대사관 차량 3대를 나눠 타고 가다가 차를 버리고 사라졌다. 홍 창은 ‘오즈월드 트럼프’라는 가명으로 우버 차량을 불렀다. 그는 우버 차량이 경찰관들 근처에 멈추자 예약을 취소하고 대사관 뒤편에서 다른 차를 불렀다. 이후 북한 학생 3명이 담을 넘어 들어가 결박돼 있던 직원들을 풀어준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범행 이튿날 홍 창은 미국으로 입국했고, 며칠 뒤 뉴욕 연방수사국(FBI) 사무실에서 요원을 만나 북한대사관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건넸다. 홍 창은 또 로스앤젤레스의 연방수사국 지부 요원도 접촉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록됐다. 연방수사국은 홍 창이 건넨 자료를 스페인 당국을 통해 북한대사관에 반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토퍼 안은 이달 18일 홍 창의 로스앤젤레스 아파트에서 허리춤에 캘리버 40구경 권총을 숨긴 채 체포됐다. 그러나 당시 홍 창은 집에 없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크리스토퍼 안은 공판에서 보석을 신청했으나 판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불허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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