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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CIA보다 정보 많은 페이스북, 투명한 ‘데이터 윤리’ 필요”

등록 2019-06-06 18:31수정 2019-06-06 19:21

[짬]유럽조사협회 라벤 사무총장
핀 라벤 유럽조사협회 사무총장.                        사진 한국조사협회 제공
핀 라벤 유럽조사협회 사무총장. 사진 한국조사협회 제공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세요. 아마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자료가 더 많을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 관리에 대한 책임은 모호해요. 데이터에 관한 모든 것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이터 윤리’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난 핀 라벤 유럽조사협회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등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가진 플랫폼 기업들이 우리에 대해 전례 없는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자료 수집과 관련해 그 과정과 목적, 활동 등을 정보 제공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벤 사무총장은 세계적 조사기업 닐슨 등에서 일한 리서치 전문가다. 영국 <비비시>와 미국 경제전문 방송채널 <시엔비시>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아일랜드 출신이며 2009년부터 사무총장으로 일해왔다. 그는 한국조사협회와 유럽조사협회(ESOMAR)가 공동 주최한 ‘시장조사의 미래와 이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유럽조사협회는 전 세계 130개 나라에서 약 5천여명의 조사 전문가와 기관들이 가입해 있는 비영리기관으로 1948년 만들어졌다. 협회는 국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시장·사회 조사 때 지켜야 할 규칙들을 국제규약으로 만들기도 했다.

라벤 총장은 정보 활용에 투명성이 높아지면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독일 내비게이션 회사인 ‘히어’는 내비게이션 성능 향상을 위해 개인 휴대폰에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정보를 수집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밌는 실험을 했다. “정보 수집 대상을 두 개 집단으로 나누고 한쪽엔 사전에 설명 없이 정보를 요청했지만, 다른 한쪽에는 정보 수집의 목적과 데이터 내용, 활용범위 등을 상세히 알렸어요. 실험 결과 설명을 자세히 들었던 집단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정보 제공에 동의한 사람이 두 배 더 많았다고 해요.” 그는 “더 개방적일수록 더 협력적”이라고 했다.

조사기업 닐슨 등 거친 리서치 전문가
아일랜드 출신으로 2009년 총장 취임
세계 150개 나라 전문가·기관 가입
한국조사협회 공동세미나 참석차 방한

“정보 활용 투명성 높아지면 기업에 도움
기업의 자기 책임·자기 규제도 중요”

반대로 정보를 악용한 기업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데이터 분석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불법으로 페이스북 이용자의 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폐업했고, 페이스북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개인정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라벤 사무총장은 기업의 자기 책임이나 자기 규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협회에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유니레버도 회원으로 들어와 있는데, 가입 때 ‘윤리강령’을 준수한다는 서명을 받습니다. 만약 데이터 사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네이밍 앤 셰이밍’(이름을 거론해 망신 주기)’으로 해당 기업을 공개합니다.” 그는 “이러한 자정 활동이 사회적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부터 정보 제공자의 권리와 개인정보의 역외 이전 제한, 데이터 사용에 있어 기업의 책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조사협회는 이 법안의 초안 작성부터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그는 “법으로 기술의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개인의 권리가 너무 쉽게 활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일종의 ‘공동 조약’을 만든 것이다. 산업의 발전만큼 개인정보보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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