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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판 알란 쿠르디’ 죽음에 트럼프 반이민 정책 비판 고조

등록 2019-06-26 16:12수정 2019-06-26 21:40

아빠 등에 업혀 강건너 밀입국하려다
2살 소녀 물살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
미국·멕시코 SNS로 비극적 모습 확산
“국경통제 강화, 이주자 위험 내몬다”
반이민 정책 비판 목소리 고조되지만

세관국경보호국 국장대행 사임하자
반이민 강경론자 모건 후임에 임명
‘트럼프 정책 기조 안 바꿀 것’ 전망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두살배기 딸 발레리아가 24일(현지시각)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 강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둘은 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주로 밀입국하려다 거센 물살에 휘말려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AP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두살배기 딸 발레리아가 24일(현지시각)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 강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둘은 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주로 밀입국하려다 거센 물살에 휘말려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AP 연합뉴스
두살배기 딸은 아빠의 윗옷 속으로 들어가 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가난과 폭력을 피하고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먼 길을 함께 온 것처럼 천국으로의 여행도 아빠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선명한 기저귀 자국은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함께 강을 건너다 익사한 아빠와 두살짜리 딸의 사진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멕시코 언론들은 25일(현지시각) 리오그란데강 강둑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6)와 그의 딸 발레리아(2)의 사진을 게재했다. 마르티네스는 딸과 아내를 데리고 미국 망명 신청을 위해 지난주 멕시코 국경도시 마타모로스에 도착했지만, 미국행 길이 막히자 23일 도강에 나섰다.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피자 배달원으로 일한 마르티네스는 하루 10달러 벌이로는 도저히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고 여겨 생계형 망명에 나선 길이었다.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멕시코 경찰에게 남편과 딸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실종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마타모로스/AP 연합뉴스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멕시코 경찰에게 남편과 딸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실종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마타모로스/AP 연합뉴스
그의 아내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는 마르티네스가 딸을 티셔츠 속으로 넣어서 업고 앞서나가다가 미국 텍사스 쪽 강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거센 물살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아발로스는 멕시코 쪽으로 되돌아가 화를 면했다고 한다. 부녀의 주검은 물살에 휩쓸린 곳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이튿날 발견됐다.

이 사진이 미국과 멕시코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자 ‘미국판 알란 쿠르디’ 사건이라며, 미국 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쿠르디(당시 3살)는 2015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바다를 건너다 터키 남부 해변에서 머리를 박은 채 주검으로 발견돼 많은 이들을 슬프게 한 아이다. 최근 미국과 멕시코가 국경 통제를 강화하면서 월경 시도자들이 더 위험한 행로를 택하다 죽음을 맞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재선 도전 첫 일성으로 대대적 불법체류자 단속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는 25일 국경에서 붙잡힌 아동들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 논란 와중에 사임한 존 샌더스 세관국경보호국 국장 대행의 후임으로 대표적 반이민 강경론자인 마크 모건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대행을 임명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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