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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서구 사회의 제일의 위협이 된 백인민족주의

등록 2019-08-05 10:42수정 2019-08-05 20:47

이슬람극단주의 대체하는 백인민족주의
7년동안 백인 민족주의 테러로 최소 175명 숨져

850건 미국 내 테러 중 40%가 인종주의가 동기
트럼프 당선 전후로 백인민족주의 공공연히 활동
지난 2017년 8월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민족주의 세력들의 집회 장면. 이들은 다음날 행진에서 ‘유색인종과 유대인들은 백인들을 대체할 수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행진하다, 이에 항의하는 여성을 자동차로 치어서 숨지게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17년 8월 미국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민족주의 세력들의 집회 장면. 이들은 다음날 행진에서 ‘유색인종과 유대인들은 백인들을 대체할 수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행진하다, 이에 항의하는 여성을 자동차로 치어서 숨지게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백인민족주의가 서구 사회에서 증오를 부추기고 안전을 위협하는 제일의 위협으로 명백히 부상하고 있다. 서구에서 테러를 일으켰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미 당국은 4일 텍사스 엘파소 및 오하이오 데이턴에서 연이어 발생한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을 백인민족주의에 심취한 용의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0명이 숨진 엘파소 사건의 용의자인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범행 전에 백인민족주의 등 인종주의 세력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인 ‘에잇챈’(8chan)에 백인민족주의를 옹호하는 성명을 올렸다. 9명이 숨진 테이턴 사건의 용의자 코너 베츠(25) 역시 백인민족주의에 추동돼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당국은 수사하고 있다.

백인민족주의는 서구사회에 있는 비백인 이민자 및 난민들을 백인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을 조성하는 침략자라고 보는 극우적 인종주의이다.

지난 8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백인민족주의가 동기가 된 명백한 테러 사건은 적어도 16건으로 175명 이상이 숨졌다고 <가디언>은 4일 보도했다. 최근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지난 4월 1명이 숨진 미국 캘리포니아 파웨이 유대교회당에서 총기테러, 지난 3월 이슬람사원 두 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51명을 죽인 뉴질랜드 크리스트처치에서의 총기 난사 테러, 2018년 10월 11명이 숨진 미국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생명의 나무’ 유대교회당 총기 난사 테러, 2011년 7월 77명이 숨진 노르웨이 노동당 청소년 연수회에서의 총기 난사 테러 등이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백인민족주의 등 극단적인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에 감화된 백인 남성들의 폭력이 국내 테러 사건에서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연방수사국에 따르면, 약 850건의 미국 내 테러 사건 중 40%가 인종주의가 동기가 된 폭력적인 극단주의와 관련됐다. 이들 사건의 다수는 백인우월주의 세력과 연관됐다고 연방수사국은 분석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연방수사국의 대테러 책임자인 마이클 맥개러티는 “우리는 총기를 사용하는 외로운 범죄자들에 대해 가장 우려하며, 이런 외로운 범죄자들은 치명적인 국내 테러분자들의 주된 양상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지적했다. 그는 “이런 개인들은 단체와의 연관이나 지도가 없이 행동해서 파악·수사·검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미국이나 서방 국가 수사당국으로서는 최근까지 알케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적인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의 테러 대처에 치중해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국내의 백인 테러분자에 대한 파악은 미흡한 실정이다. 맥개러티는 국내에서 인종주의 등으로 기원하는 테러 관련 사건들이 최근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사건들을 능가해 테러 대책이 바뀌고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미국에서 백인민족주의 등 극단적인 인종주의 및 그 옹호세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폭증했으며, 공개적인 활동을 벌이며 최근 인종주의 관련 테러 사건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번 엘파소 총기 난사 테러의 용의자 크루시어스가 범행 전에 에잇챈에 올린 것으로 보이는 성명에는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이라고 적혀 있다.

크루시어스나 지난 4월 파웨이 유대교회당 테러 사건의 범인은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 사건의 범인에 의해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크리스트처치 테러의 범인은 ‘대전환’(The Great Replacement)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대전환’은 프랑스의 인종주의 작가 르노 카뮈의 저서 제목이다. 이 책은 백인들이 이민과 소수인종들의 증가로 밀려날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한다.

대전환은 백인민족주의의 대표적 음모론으로, 이들 세력이 온라인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미국의 극단주의 대처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지난 7년 동안 약 150만건의 트윗이 대전환 이론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12만건에서 2018년 33만건으로 거의 3배나 폭증했다.

인종주의 단체에 대한 몇권의 저서를 쓴 캐슬린 블리 피츠버그대 사회학 교수는 백인들이 다른 인종들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는 공포는 미국의 노예해방 시대로까지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남부의 대농장 소유주들인 백인 남성들이 해방된 노예와 남북전쟁 뒤 남부로 이주한 북부인들에 의해 수적으로 열세에 처하자, 그런 공포가 나왔다는 것이다.

블리 교수는 최근 들어 그런 인식이 다시 강화됐다며 “크라이스트처치, 샤러츠빌, 피츠버그, 이 모두는 같은 양상이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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