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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부자나라들 “아프리카 돕겠다” 약속 거짓이었나

등록 2005-12-27 20:04수정 2005-12-27 20:04

‘아프리카 빈곤 구제’ 캠페인 1년
유럽과 미국의 540여개 자선·종교·평화단체는 올해 1월1일 아프리카의 부채 탕감과 원조 확대를 촉구하는 범지구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빈곤을 역사 속으로’라는 이름이 붙은 이 캠페인은 지난 7월 주요 8국(G8)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지원 확대 약속을 이끌어내는 대성공을 거뒀다.

G8 ‘빚 400억 탕감’ 결의만 하고 실천 못해
2005년 1월1일 ‘빈곤을 역사 속으로’ 캠페인 시작
‘빈곤’ 이 아닌 ‘약속’ 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판

그러나 영국 <인디펜던트>가 27일 결산한 이 캠페인의 성적표는 애초 목표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주요 8국 정상회의의 선심이 대부분 말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뤄진 실천은 너무 느리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빈곤’이 아니라 ‘약속’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판이다.

아프리카의 부채를 모두 탕감하자는 목표는 18개국의 부채 400억달러를 면해주겠다는 주요 8국 정상회의의 약속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는 3000억달러로 추산되는 아프리카 전체의 부채에 비하면 13%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주요 8국이나 국제통화기금은 아직까지 실행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자나라들이 해마다 500억달러 이상을 아프리카 원조에 투입할 수 있도록 국민소득의 0.7%를 갹출하자는 목표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주요 8국들은 아프리카 지원 규모를 2010년까지 지금보다 2배 많은 연간 5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벌써부터 발을 빼고 있다. 영국은 2013년까지 국민소득의 0.7%를 원조로 돌리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1970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 불과하다.

부자나라들의 농업보조금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 역시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한 해 통털어 3000억달러에 이르는 농업보조금을 포기할 뜻이 없다. 홍콩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 2013년까지 농산품 수출보조금을 철폐하기로 했으나, 이는 전체 농업보조금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프리카에 만연한 결핵,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한 기금 조성은 어느 정도 성과를 봤으나, 정작 가장 큰 문제인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와의 전쟁에서는 미국의 제동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나라에는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며 우간다 등지에서 금욕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다. 가족계획을 전파하는 단체들은 결국 미국의 지원을 받는 것을 포기했다.

<인디펜던트>는 일부 부자나라들이 캠페인을 악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패를 줄이기 위해 부패한 정부에 원조를 유보해야 한다는 캠페인의 요구를 원조를 미루는 핑계거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캠페인에 참여한 단체들 사이에서도 자성론이 일고 있다. 주요 8국 정상회의의 번지르한 성공에 취해 실질적 성과를 희생했다는 것이다. 데이브 팀스 세계개발운동 대변인은 “주요 8국 정상회의가 끝난 뒤 순진하게도 모든 게 다 잘된 것처럼 받아들였다”며 “부자나라들의 거짓선전에 속았다”고 한탄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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