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스웨덴에서 4일 비핵화 예비접촉과 5일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상 및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행사로 향하며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너무 나갔냐’는 질문에 “지켜보자. 그들은 대화하고 싶어하고, 우리는 곧 그들과 대화할 것이다. 지켜보자”고만 답변했다.
북한이 지난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발사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언한 건 처음이다. 이 발언은 또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예비접촉과 실무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북한과 관련해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실험이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길게 발언할 때가 잦았으나, 이날은 매우 짤막한 답변으로 갈음했다. 특히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날 영국·프랑스·독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안보리 소집을 요청한 것과 대조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이날 오전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통화하면서 북한의 이번 발사가 도발적이고 중단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는 미 국방부 발표에 견줘서도 절제된 모습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탐지가 어려워 미국 본토에도 큰 위협으로 평가되는 만큼 미 행정부가 북한의 이번 시험발사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을 모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북한 비난을 자제한 채 ‘대화를 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북-미 협상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도 스웨덴으로 떠나기 전인 지난 2일 북-미 대화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워싱턴에서는 이런 미국의 태도는 5일로 예정된 북-미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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